시드니의 밤
낭만 기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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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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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기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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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의 여름은 낮보다 밤이 더 화려했다. 1993년 그해 연말, 나는 아내를 위해 아주 특별한 예약을 준비했다. 시드니항을 상징하는 '캡틴 쿡 크루즈' 요트에 오르는 일이었다.
하버 브릿지의 거대한 강철 곡선이 눈앞에 펼쳐지고, 하얀 조각배를 닮은 오페라 하우스가 석양에 물들 무렵 우리는 요트에 올랐다. 갓 구운 랍스터와 화이트 와인이 놓인 식탁, 파도가 뱃전을 두드리는 소리를 배경 삼아 즐기는 식사는 바다 위에서 평생을 보낸 나에게도 낯설고 벅찬 경험이었다. 아내는 와인잔을 들며 나지막이 웃었다. "당신 배 위에서 이런 대접을 받다니, 믿기지가 않네요." 그 한마디에 나는 괜히 목이 메었다.
기관장으로서 늘 배의 심장 소리에 귀 기울이며 긴장 속에 살아온 나였지만, 그날만큼은 아내의 웃음소리에만 귀를 기울였다. 요트 위로 쏟아지는 시드니의 바람과 서서히 불을 밝히기 시작한 도시의 야경. 아내의 눈동자에 어린 하버 브릿지의 불빛을 바라보며, 나는 우리가 함께 건너온 삶의 시간들을 떠올렸다 — 신혼 시절 몇 달씩 이어지던 이별, 편지로만 전하던 안부, 항구에 닿을 때마다 짧게 스치던 재회.
한국 선박의 엄격한 관습 때문에 멀리서만 그리워해야 했던 아내를, 미국 선적이라는 행운을 빌려 내 일터인 바다 위로 초대해 근사한 대접을 할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 한구석이 뜨거워졌다. 그날 요트 위에서 나눈 대화와 음식의 향기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내 기억 속에서 시드니의 바다 냄새와 함께 파도치고 있다. 팔순을 넘긴 지금, 그 밤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다시 서른 몇 살의 젊은 기관장으로 돌아가 아내의 웃음소리를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