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사라지자, 서울이 나뉘고 있다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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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 사라지자, 서울이 나뉘고 있다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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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서울에서 빌라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7년 만에 공급 86% 감소.
그 빈자리에서 청년은 고시원으로 밀렸고,
중산층은 서울 밖으로 이동했습니다.
아파트 전세 대란, 공급 부족.
익숙한 진단이 놓친 이야기를
양진오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전세와 월세 비중이
급격하게 변한 시기는 2022년.
대규모 전세 사기가 터진 바로 그해,
서울의 월세 비중이 단숨에 8%포인트 가까이 뛰었습니다.
서울 주거 구조의 변화는
최근 나온 정부 정책 시행 이전부터 이미 시작됐습니다.
4년 전 시작된 변화 속에서
서울 시민들의 선택지가 갈렸습니다.
청년들은 원룸에서 고시원으로 한 단계 내려갔습니다.
중산층은 서울 밖, 경기 외곽으로 밀려났습니다.
그리고 남은 사람, 자산가는 자리를 지키며 재산이 불었습니다.
같은 해, 같은 도시에서 서울의 분리가 가팔라지고 있습니다.
이 분리가 시작된 건 아파트가 아닌 빌라 공급이 무너지면서부터입니다.
전세 사기 이후 빌라 기피가 번졌고, 거기에 공사비 폭등이 겹쳤습니다.
빌라나 원룸을 새로 짓는 건 더 이상 '돈'이 되지 않았던 겁니다.
[최해수ㅣ임대사업자]
"저희 업체들 거의 다 폐업했어요. 저도 땅을 사놓고 일을
못 하거든요. 자재값 때문에, 그리고 분양도 안 되고."
준공 기준으로 7년 만에 86% 감소.
대규모 전세 사기 직전인 2021년에도 2만 5천여 가구를 지었지만
지난해엔 4천8백여 가구로 급락했습니다.
아파트 준공 물량의 10분의 1 수준입니다.
[우성정ㅣ공인중개사]
"공급이 줄어든 건 일단 확연하게 안 보이니까, 신축을 할 부지도 넉넉지도 않을뿐더러,
실질적으로 구축을 다시 개조해서 확대하는 그런 것도 보이지가 않는 건 현실이고요."
공급은 급격하게 줄었지만 정작 그 안에서 살아야 하는 사람이 함께 사라진 건 아닙니다.
그러자 전세 사기로 기피 대상이 됐던 빌라와 원룸의 값이 다시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급등한 아파트 전셋값은 임차 수요를 다시 빌라로 밀어내며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습니다.
서울 원룸 월세는 올해 3월 기준 평균 85만 원을 넘어섰습니다.
[김영삼ㅣ공인중개사]
"신축 공급이 특히나 줄었거든요. 그래서 5년에서 10년정도 된 깨끗한 건물 같은 경우는
10만 원에서 20만 원 정도 더 올랐습니다."
그러자 빌라에서 버티는 사람들도 늘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1~4월 서울 빌라 전월세 거래에서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비중이 32%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2%포인트 높아졌습니다.
여기서도 버티지 못하고 내쫓긴 사람들이 찾은 곳은
결국 고시원이었습니다.
주거 사다리의 최저층이 한 칸 더 내려간 겁니다.
[이재홍ㅣ성균관대학교 학생회장]
"금액 자체가 높다 보니까 대체제로 기숙사에 들어가길 원하는 학우들도 많이 계시고,
그리고 정말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에는, 기숙사에 붙지 못했을 때라거나 정말 집을,
만족할 만한 집을 못 구했을 때에는 고시텔에 들어가는 경우도 왕왕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실제 전국 청년의 최저주거기준 미달 비율은 2023년 6.1%에서 2024년 8.2%로,
1년 만에 2%포인트 넘게 올랐습니다.
전체 가구 평균의 두 배가 넘습니다.
이 충격은 청년에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빌라가 사라지자 아파트 전세시장에도 압박이 왔습니다.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전세 사기 충격으로 2022년 하반기 급락했지만,
전세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가 가시자 2023년 중반부터 다시 오르기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3.5% 고금리가 21개월 이상 지속됐는데도 이 흐름은 꺾일 생각이 없습니다.
금리 압박보다 공급 절벽의 힘이 더 컸던 겁니다.
[차일철ㅣ임대사업자]
"규제가 풀려서 공급이 는다고 바로 시장에 그게 그렇게 체감이 바로 오는 게 아니거든요.
시간이 걸리니까,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돼서 다시 시장이 좋아질 수도 있겠지만,
지금 당장은 조금 어렵다고 봐야죠."
결국 전세 보증금을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의
월세 전환이 늘어났습니다.
올해 3월 서울 임대차 계약 10건 중 7건 이상이 월세.
전세의 상징과 같던 아파트에서도
처음으로 월세가 절반을 넘었습니다.
이렇게 전세가 줄고 값은 오르자,
서울에서 살 방법이 사라진 사람들도 생겼습니다.
구리시 아파트를 산 사람,
3명 중 1명의 이전 거주지가 서울입니다.
2022년 이후 단 한 해도 20%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고,
2026년 2월에는 35%를 넘어섰습니다.
서울 전셋값이 오르는 시기마다
구리에서 집을 사는 서울 사람이 늘었습니다.
서울을 떠나는 이유 1위는 여전히 주택.
네 명 중 한 명이 주거 문제로 서울을 나가고 있습니다.
이건 선택이라기보다 밀려남에 가깝습니다.
[김수정ㅣ서울시 종로구]
"여기에 집값이 너무 비싸니까 어쩔 수 없이 경기 외곽으로 다 빠져나가는 거죠.
현재는 경기 외곽 근처는 또 수요가 너무 높으니까 거기는 학생이 한 반에 30명 이상인데
10학급 이상이 있고, 현실은 그렇더라고요."
이렇게 청년이 고시원으로 내려가고 중산층이 서울 밖으로 밀려나는 동안,
서울에서 자리를 지킨 누군가는 자산이 불어나는 효과를 누렸습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2024년 3월 이후 27개월 연속 상승했습니다.
올해 5월 기준 평균 매매가 15억 7천만 원대.
값이 오를수록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줄고
떠나는 사람은 늘었습니다.
아래로 내려간 사람, 밖으로 밀려난 사람,
자리를 지키면서 자산이 더 커진 사람.
같은 도시 안에서, 사는 곳이 삶을 가르고 있습니다.
B tv 뉴스 양진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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