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 / 이형기 (낭송/허향숙)
[오디오 북] 허향숙의 【정오의 詩香】
0:00 / 0:00
낙화 / 이형기 (낭송/허향숙)
109 просмотров · 1 дн. назад
[오디오 북] 허향숙의 【정오의 詩香】
477 подписчиков
109 просмотров · 1 дн. назад
이형기 시인의 '낙화'를 만난 건 중학교 때다. 정말 치열하게 시를 읽고 암송한 듯하다. 첫 눈에 반해 암송하며 읊조렸다. 살아오면서 가장 많이 읊조렸던 시 중 하나일게다.
2년 전, '미인도'라는 노래를 만났다. 애끓는 음성이 나의 영혼을 사로 잡았다. 이 노래를 배경음악으로 시낭송을 하고 싶었다. 그렇게 다시 찾은 시가 '낙화'다.
걸음과 몸짓, 눈짓만으로도 퍼포먼스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1절 동안은 낭송을 하지 않았다. 현장에서의 반응은 무척 열광적이었는데 영상에서는 음악이 너무 크게 녹음이 되어 낭송이 잘 들리지 않아 아쉽다. 낭송에 대해 한 꼭지 올린다.
ㅡ
낭송의 미학
글을 쓸 때든, 수학 문제를 풀 때든 실마리가 중요하다. 단번에 실마리를 찾으면 글도 수학 문제도 술술 풀린다. 시낭송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럼 시낭송의 실마리는 무엇인가? 나는 그 실마리를 시인의 마음이라고 말하고 싶다. 시인의 마음을 읽어내면 시낭송은 저절로 풀린다.
이때 낭송은 목소리로 하는 것이 아니다. 낭송은 시의 이해로부터 비롯되어야 한다. 낭송에서 시는 들리지 않고 고운 목소리만 들린다면 그 낭송은 실패한 것이다. 부디 아름다운 목소리가 아닌 시가 말하려 하는 바를 전달하길 바란다.
낭송은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시작은 내가 하지만 마무리는 소리가 하도록 맡겨야 한다. 다시 말하면 소리의 길을 내는 일이다. 마중물처럼 처음 소리를 들이부어 소리가 소리를 이끄는 지경에 이르러야 한다. 소리의 크기를 높이지 말고 소리의 밀도를 높여라. 소리를 퍼트리지 말고 응축시키되 공명을 아우르라. 곧 망아의 경지를 이름하는 것이다.
낭송은 수채화처럼 표현해야 한다. 붓의 길을 드러내 듯 낭송의 흐름을 던져줘야 한다. 목소리를 드러내지 말고 은은하게 퍼지는 여운을 전하는 것이 더 아름답다. 어떤 낭송은 중간에 땅에 떨어지고, 어떤 낭송은 화살처럼 청중의 귀에 가 꽂히고, 어떤 낭송은 물처럼 흘러 가 스민다. 이처럼 좋은 낭송의 비결은 터치에 있다. 화가의 손끝에서 나오는 섬세한 터치로 그림에 생명을 입히듯 낭송가는 소리의 터치로 시에 생명을 입힌다.
더하여 좋은 낭송은 나에게 기를 넣는 것이 아니라 소리글자 하나하나에 기를 심어주는 것이다. 그래야 소리가 찌그러지거나 눌리지 않는다.
낭송은 힘의 분배와 소리의 분배를 적절히 해야 한다. 마디마디마다 동량의 박자로 낭송과 휴지를 분배해야 한다. 그래야만 낭송의 묘미와 깊이를 전할 수 있다.
시에는 빛깔이 있고 소리에도 빛깔이 있다. 시에 맞는 빛깔의 소리를 찾아 낭송하는 것이 시를 바르게 전달하는 요소가 된다. 낭송가는 혼자 흥에 겨워하는 낭송이 아니라 시인의 의도를 온전히 전달하려는 정성이 필요하다. 이것이 프로정신이다.
플라스틱컵과 유리컵과 크리스털컵은 그 울리는 소리가 다르다. 낭송은 마땅히 울림의 폭이 크고 여운이 길게 이어지는 크리스털컵 소리로 해야 한다. 때로는 침묵과도 같은, 말하지 않음으로 전할 수 있는 그 온전함으로.
마지막으로 막스 피카르트의 말을 빌린다.
침묵 없는 말을 보는 것은
셰익스피어에서 주인공들의 중후함이 없는 광대들을 보는 것과 같다.
막스 피카르트 [침묵의 세계] 4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