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려됩니다 [윤정호의 앵커칼럼] [뉴스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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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체도 없는 말 한마디가 나라를 하루아침에 흥하거나 망하게 하지는 못할 겁니다. 공자도 그렇게 단정하지는 않았지만, 이런 말은 있다고 했습니다. '왕 노릇하기 어렵다고 알면 나라가 흥하는 데 가까워지고, 아무도 내 말을 거역하지 않는 게 즐겁다면 망할 거' 라고 말입니다. 권력자들이 말을 대하는 자세는 천양지차입니다.
"신사 숙녀 여러분, 미국 대통령입니다. 우리가 함께한다면 반드시 이겨낼 수 있습니다."
1933년 미국은 대공황 속에 은행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국민은 앞다퉈 예금을 찾아가던 때였습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당시의 위기를 솔직히 인정하고 정부 조치를 설명했습니다. 14분 남짓한 라디오 '노변담화'에 사람들은 다시 은행을 찾아 돈을 맡겼습니다. 국민을 믿은 대통령의 진실한 말이 국민의 마음을 움직였고, 신뢰가 돌아왔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SNS 에 지지자의 글을 공유하며 '많이들 함께해 주세요. #좌아하게 말입니다' 라고 썼습니다.
'좌아하게' 많이들 들어보셨습니까? '우아하게'의 '우'를 정치적 성향과 연결해 '좌'로 바꾼 말로, 이 대통령 지지층이 많은 온라인 공간에서 쓰는 표현입니다. 대통령이 지지층의 은어까지 썼어야 했을까요?
이 대통령은 '우리는 모두 친문이고, 친노이며, 친김대중이며 이재명의 동지' 라고 한 적도 있었죠. 심각한 당내 갈등을 봉합하자는 취지였다지만, 대통령의 언어에서 자꾸 '우리 편'이 들립니다.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일반 시민들의 실제 삶에서 멀어질수록 말은 더 당파적으로 변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습니다. 대통령이 국정 현안을 열심히 챙긴다는데, 혹시 정치 언어는 민생에서 멀어지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지층만 껴안아서는 전체 국민의 마음을 얻기 힘듭니다. '좌아한 대통령' 이기보다는 취임 첫날의 약속을 한번 떠올리면 어떨까요?
"이번 대선에서 누구를 지지했든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10월 5일 윤정호의 앵커칼럼, '좌려됩니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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