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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 100주년을 맞이한 박경리 작가의 「계산」6분 안에 듣는 고전 문학 [6분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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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 100주년을 맞이한 박경리 작가의 「계산」6분 안에 듣는 고전 문학 [6분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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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계산」 1926년 통영에서 태어난 작가 박경리는 한국전쟁의 시기를 지나 195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1960년대까지 장, 단편을 가리지 않고 열정적으로 작품을 써내려간 작가는 1970년대 이후 대하소설 『토지』를 연재하면서 한국문학사를 대표하는 거목으로 자리하게 됩니다. 2008년 5월 생을 마감하기까지 박경리 작가가 남긴 문학적 이력은 그 자체로 한국문학의 역사라고 할 수 있는데요. 『토지』를 비롯해 『김약국의 딸들』(1962), 『시장과 전장』(1964) 등의 대표작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한국전쟁 이후 깊은 상실을 겪은 여성의 실존적 삶을 그려낸 초기 단편들 역시 문학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린 단편 「계산」은 작가가 1955년 월간 《현대문학》에 발표한 데뷔작입니다. 박경리라는 거대한 작가의 첫 발걸음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작품인데요. 이후 작가가 펼치게 될 작품 세계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큰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소설은 주인공 ‘회인’이 약혼자 ‘경구’와의 결별을 선택하자 그 마음을 돌리기 위해 서울로 찾아온 친구 ‘정아’를 다시 돌려보내는 순간을 그리고 있습니다. 심란한 마음을 안고 친구를 배웅하기 위해 새벽부터 서울역으로 출발하는 ‘회인’에게 미처 준비하지 못한 전차표를 대신 내주는 청년들이 등장합니다. ‘회인’은 푯값을 건네려고 하지만 청년들이 사양하는 바람에 이 신세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고심하다가 서울역에 도착해 기차표를 구할 수 있도록 돕기로 합니다. 그 과정에서 떠오르는 또 하나의 기억은 누군가를 기다리기 위해 잠시 들른 다방에서 혼잡함 속에 낯선 남자와 함께 테이블에 앉았던 순간인데요. 기다리면서 어색함을 해소하기 위해 신문 파는 아이에게 신문을 사려던 때 앞의 남자가 자신의 몫까지 계산을 해버린 것이었습니다. 이 갑작스러운 호의에 ‘회인’은 고맙다고 말도 하지 못하고 오히려 마음속에는 왜 “자의적 혜택을 남에게 베푸느냐”는 반발심마저 일어납니다. 끝내 아무 말도 없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던 그 기억은 호의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신을 질책하게 만들었고, ‘계산’을 정확히 해야겠다는 다짐으로 돌아옵니다. 전차표를 내준 청년들의 호의를 반드시 갚겠다는 ‘회인’의 의지는 실제 기차표를 구해주는 것으로 이어지는데요. 이 과정에서 자신의 호주머니 속에 있던, 어머니의 병환 때문에 마련한 만 환의 돈이 사라져버리고 막상 구해다 준 기차표 역시 사실은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상황이었던 터라 오히려 볼멘소리마저 듣게 됩니다. 이윽고 기차역에 친구 ‘정아’가 도착한 그때, ‘회인’은 허망함에 그저 걸음을 옮길 뿐입니다. 이 작품은 작가의 초기 문제의식, 즉 타인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시대에 감정을, 특히 사랑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는지를 묻고 있습니다. ‘회인’은 약혼자의 가벼운 언행을 문제삼아 결혼을 파기할 정도로 이상주의적 연애관을 갖고 있습니다. 동시에 호의를 그 자체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반드시 ‘계산’을 정확히 해야 한다는 강박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이면에는 또한 남성으로부터 촉발된 호의, 그것이 더군다나 금전적 빚일 때 이를 정확하게 처리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석될지 모른다는 불안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의 해설에서 강지희 평론가는 “회인의 결벽한 성정과 자존심, 슬픔으로 세운 이상주의는 사적인 술수가 개입되는 냉혹한 세태 앞에서 증발하고 흩어져버린다”고 서술하기도 했는데요. 모든 것이 혼란스럽고 불안한 전후 한국사회에서 여성이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갱신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지를 작가는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가 박경리가 한국전쟁 동안 남편을 잃고 이후 어린 아들까지 세상을 떠나게 된 일은 초기 자전적 작품에도 상당 부분 반영되어 있는데요. 전쟁 직후의 한국사회에서 여성이 살아남고 사랑하는 일에 관해 박경리 작가만큼 깊이 있는 시선을 보여준 사례는 흔치 않습니다. 작가의 기일이 다가오는 지금, 박경리라는 거대한 작가의 출발점을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낭독 및 내레이션 │김성현, 장윤실 배우 평론 │노태훈 문학평론가 일러스트레이터 │이나헌 작가 #박경리 #박경리탄생100주년 #계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