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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사랑하면서 자신을 잊어버리고 잃어버린 '귀여운 여인'

엘리의 책과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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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사랑하면서 자신을 잊어버리고 잃어버린 '귀여운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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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의 책과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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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올렌카가 살던 집 거실이에요. [3] 낮은 탁자 위에 찻잔 두 개가 놓여 있고, 창가의 레이스 커튼 사이로 오후 햇살이 들어와요. [3] 사샤의 방 앞에서 오래 서 있던 올렌카에게는 아직 묻고 싶은 말이 남아 있어요. [3] 이제 작품을 바탕으로 상상한 만남을 이어 가려 해요. [3] 오늘은 엘리가 이 거실에서 올렌카를 만나요. [EntIMG,0:DS_102] [1] 올렌카 씨, 안녕하세요. 이 거실에 들어서니 말을 꺼내기가 조심스럽네요. [1] 사샤 방 앞에 오래 서 계시던 모습이 마음에 남아서요. 천천히 이야기 나눠도 괜찮을까요? [EntIMG,0:DS_103] [2] 어머, 엘리 씨. 어서 오세요. 이쪽에 앉으세요. [2] 차를 따라 드릴게요. 쑥스럽지만 궁금하신 건 뭐든 물어보세요. [EntIMG,0:DS_104] [1] 고마워요. 오늘은 올렌카 씨 마음을 몇 가지 들어 보고 싶어요. [1] 먼저 쿠킨 씨 이야기부터요. 비 온다고 투덜대는 사람에게 어떻게 그 자리에서 마음이 갔어요? [EntIMG,0:DS_105] [2] 쿠킨 씨가 너무 안쓰러웠어요. 비 때문에 극장이 망하게 생겼는데, 하늘을 상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잖아요. [2] 그 사람이 하소연하는데 저만 편히 앉아 있는 게 미안했어요. [EntIMG,0:DS_106] [2] 저는 아파하는 사람 곁에 있고 싶어요. 그게 저한테는 사랑이 시작되는 모습이에요. [2] 지금 생각해도 그 마음은 틀리지 않았다고 봐요. [EntIMG,0:DS_107] [1] 곁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먼저였군요. 참 따뜻해요. [1] 그런데 결혼하고 나서는 올렌카 씨 입에서 쿠킨 씨 말이 그대로 나왔어요. 극장 손님은 수준이 낮다는 말까지요. 그건 올렌카 씨 생각이었어요? [EntIMG,0:DS_108] [2] 솔직히 아니에요. 쿠킨 씨가 하던 말을 제가 따라 한 거예요. [2] 그런데 신이 났어요. 우리 극장, 우리 손님, 우리 걱정이라고 말하면서요. [EntIMG,0:DS_109] [2] 같은 말을 하면 그 사람과 한 몸이 된 것 같아서 든든했어요. [2] 돌아보니 제 생각을 말했다가 그 사람과 어긋날까 봐 무서웠던 것 같아요. [EntIMG,0:DS_110] [1] 어긋날까 봐 무섭다는 말이 와닿아요. 저도 친구랑 영화 취향이 다르면 "나도 좋았어" 하고 맞장구친 적이 있거든요. 사실은 졸았는데요. [1] 그런데 쿠킨 씨는 올렌카 씨가 자기 말만 따라 하는 걸 어떻게 느꼈을까요? [EntIMG,0:DS_111] [2] 처음에는 좋아했을 거예요. 늘 자기 편이 있으니까요. [2] 하지만 한 번쯤은 "당신 생각은 어때요?" 하고 듣고 싶었을 거예요. 제가 그 기회를 주지 않았으니, 쿠킨 씨도 외로웠을지 몰라요. [EntIMG,0:DS_112] [1] 푸스토발로프 씨를 만나서는 또 달라졌어요. 쿠킨 씨 때는 연극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하다고 하셨잖아요. [1] 그런데 이번에는 "극장이 뭐가 좋아요?" 하셨어요. 그때 속마음은 어땠어요? [EntIMG,0:DS_113] [2] 어머, 제가 그랬어요? 듣고 보니 웃기네요. 제 입이 제 것이 아니라 그때 곁에 있는 사람 것이었네요. [EntIMG,0:DS_114] [2] 사실 극장이 싫지 않았어요. 가고 싶은 날도 있었어요. [2] 그런데 바시치카가 놀러 다니는 걸 싫어하니까 저도 싫은 척했어요. 척하다 보니 진짜 뭘 원하는지도 헷갈렸어요. [EntIMG,0:DS_115] [1] 마음을 숨기다 보니 그게 제 마음처럼 굳어 버렸군요. [1] 스미르닌 씨 때도 비슷했어요. 수의사 이야기를 하시자 "끼어들지 마세요" 하고 화를 냈죠. 그분은 왜 그렇게 짜증이 났을까요? [EntIMG,0:DS_116] [2] 제가 자기 일을 아는 척 가져다 쓰니까 자리를 빼앗기는 기분이었을 거예요. [2] 게다가 제 말은 그분이 해 준 말을 되풀이한 거였어요. 거울이랑 얘기하는 기분이었겠죠. 저는 사랑이라고 했는데, 그분은 외로웠을 수 있어요. [EntIMG,0:DS_117] [1] 사랑하는 마음으로 한 말이 상대에게는 자기 목소리가 가려지는 느낌이었을 수도 있겠네요. [1] 모두 떠나고 혼자 남았을 때도 궁금해요. 마당을 봐도 하늘을 봐도 아무 생각이 안 났다고 하셨죠. 그때 마음속이 어땠어요? [EntIMG,0:DS_118] [2] 병이 서 있어도, 비가 와도, 수레가 지나가도 그게 뭔지 말을 못 하겠더라고요. [2] 곁에 사람이 있을 땐 뭐든 말할 수 있었는데, 혼자가 되니 저는 텅 빈 마당 같았어요. [EntIMG,0:DS_119] [2] 제일 아팠던 건 외로움보다 제가 저를 모른다는 거였어요. [2] 지금 생각하면 저는 누군가의 생각으로 제 빈자리를 채우면서 살았어요. [EntIMG,0:DS_120] [1] 그 빈 마당을 혼자 오래 보셨군요. 듣는 제 마음도 쓸쓸해져요. [1] 사샤를 만나서는 더 열심히 사랑하셨죠. 그런데 사샤가 잠결에 "저리 가!" 하고 소리쳤어요. 그 소리를 듣고 어떤 마음이었어요? [EntIMG,0:DS_121] [2] 가슴이 철렁했어요. 그런데 웃음도 났어요. 잠결에도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아이잖아요. [2] 그 애는 자기 생각이 또렷한 아이예요. [EntIMG,0:DS_122] [2] 그런데 저는 사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듣기도 전에 걱정과 사랑으로 먼저 다 채워 버렸어요. 숙제도, 신발도, 장래도요. [2] 사랑한다면서 사샤가 말할 자리를 제가 다 차지했던 거예요. [EntIMG,0:DS_123] [1] 그 말씀이 오늘 이야기의 중심 같아요. 사람들은 올렌카 씨를 "귀여운 여인"이라고 불렀지요. [1] 그 이름을 들으면 마음이 어때요? [EntIMG,0:DS_124] [2] 귀엽다는 말은 싫지 않아요. 귀엽다는데 화낼 사람이 어디 있어요? [2] 다만 귀엽기만 한 사람으로 남고 싶지는 않아요. 아픈 사람 곁을 지키고 아이를 밤새 들여다본 마음은 제 자랑이니까요. [EntIMG,0:DS_125] [2] 거기에 제 목소리도 같이 있었다면 좋았겠어요. 사랑하면서 제 생각을 말했다면, 쿠킨 씨도 스미르닌 씨도 사샤도 저를 더 가깝게 느꼈을 거예요. [EntIMG,0:DS_126] [1] 올렌카 씨 이야기를 들으니 문제는 사랑이 아니었네요. 사랑하는 사람 곁에서 내 생각을 지키는 일이 어려웠던 거예요. [1] 저한테는 이렇게 들렸어요. 곁에 있어 주는 마음과 내 목소리를 내는 일은 같이 갈 수 있다고요. [EntIMG,0:DS_127] [1] 여러분은 어떠세요. 사랑하는 사람 곁에서 내 생각을 말하고 있나요? 상대와 달라도 끝까지 말해 본 적이 있는지 떠올려 보셔도 좋겠어요. [EntIMG,0:DS_128] [2] 저는 오늘 처음으로 제 이야기를 끝까지 해 봤어요. 서툴지만 제 목소리였어요. [2] 엘리 씨가 끼어들지 않고 들어 주셔서 가능했어요. [EntIMG,0:DS_129] [2] 내일 아침 사샤가 일어나면 먼저 물어보려고요. 오늘은 어떠니, 하고요. 대답이 제 생각과 달라도 끝까지 들어 볼게요. [EntIMG,0:DS_130] [1] 좋아요. 다만 "오늘 어땠니"가 어느새 "숙제했니"로 바뀌지 않게 조심하세요. 저도 아이들한테 자주 그랬거든요. [EntIMG,0:DS_131] [2] 어머, 그럴 수 있어요. 그래도 해 볼게요. [2] 창밖이 어두워지네요. 찻잔은 식었지만, 이 거실에 오늘은 제 목소리가 남았어요. 그거면 충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