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영展(솔트 갤러리)_20261002
추PD의 아틀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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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영展(솔트 갤러리)_2026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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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노트//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 앞에서 우리는 각자가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을 통해 고민하고 답을 찾아간다. 세계 속에서 자아와 타자는 주어진 시공간 안에서 매 순간 선택하고 행동하며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렇게 우리는 저마다 다른 빛깔과 모양으로 살아간다.
나는 이러한 삶의 생성적 상태를 ‘1’로, 소멸과 해체, 그리고 다시 또 다른 가능성으로 돌아가는 상태를 ‘0’으로 상징화하여 ‘0|1’이라는 상태 구조를 만들고 이를 시각화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2월 디오티미술관에서 선보인 전시 ‘0|1: Disassembly’가 회화의 물리적 해체 과정에 중점을 두었다면, 이번 전시는 그 이후의 상태에 주목한다. 당시 관객들에 의해 210×1000cm의 롤 페인팅은 ‘Operating Structure_07’이라는 작품을 통하여 전시장에서 일곱(7) 부분으로 해체되었다. 그렇게 분리된 회화의 조각들이 전시장 밖으로 나와 이동하고, 새로운 환경과 만나고, 다시 배치되면서 다른 상태로 변화해가는 과정을 이번 전시에서 보여준다.
롤 페인팅은 감겨 있다가 펼쳐지는 순간, 하나의 ‘1’로 생성되고 드러난다. 반대로 다시 감기면서 ‘0’의 상태로 이동한다. 그러나 이때의 0은 단순한 소멸이나 부재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 안에는 해체와 환원의 가능성이 잠재되어 있으며, 동시에 아직 드러나지 않은 다음의 ‘1’이 내재되어 있다.
‘Operating Structure _ unfolding _ mini’ 도구를 통해 회화를 펼치고 다시 감는 행위는 7월 말 새벽 광안리 바닷가에서 촬영한 영상에 담겨 있다. 펼쳐지고 감기는 과정에서 생성과 환원은 서로 분리된 두 지점이 아니라, 끊임없이 서로를 향해 이동하는 상태로 나타난다.
이 과정에서 롤 페인팅은 전시장을 벗어나 해변의 모래와 파도를 만난다. 회화와 환경의 접촉은 예측할 수 없었던 새로운 이미지와 흔적을 만들어낸다. 나는 이러한 만남을 ‘영접’의 순간이라 생각한다. 영접은 이미 정해진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외부로부터 다가오는 새로운 것을 자신의 상태 안으로 받아들이는 일종의 환대이다.
그 만남을 통과한 회화는 다시 말려 ‘봇짐’의 형태가 된다. 봇짐은 이동하는 존재가 다음 상태로 무엇을 가지고 가는가에 대한 질문을 발생시킨다. 그것은 지나온 시간의 흔적이자, 다음 장소에서 다시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재료이며, 동시에 이전의 ‘1’을 짊어진 채 다음의‘1’로 이동하는 물질이다. 인간의 삶도 봇짐을 짊어진 나그네 같지 아니한가!
환경과의 만남을 통과한 회화는 봇짐의 상태로 다시 아크릴 박스 안에 담긴다. 이때 아크릴 박스는 단순한 보관 용기가 아니라 회화가 잠시 머무르는 하나의 상태적 장소가 된다. 그 안의 회화는 멈추어 있지만 종결된 것은 아니다. 다시 펼쳐지고, 이동하고, 또 다른 환경과 만나 새로운 상태가 될 가능성을 간직한 채 존재한다.
1은 이미 0을 품고 있으며, 0은 다음의 새로운 1을 품고 있다.
그 사이에서 회화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상태를 바꾼다. 그리고 각각의 상태는 이전의 흔적을 지닌 채 다음 상태로 이동한다. 나는 생성과 환원, 드러남과 잠재, 해체와 재구성이 서로의 내부에 존재하며 계속해서 이동하는 이 상태 구조를 ‘0|1’로 나타낸다.//이혜영//
장소 : 솔트 갤러리
일시 : 2026. 10. 2 – 10. 14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