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기다리고, 갈매나무는 견딘다|백석과 「빛 바랜 바다에서」가 말하는 상실 이후의 삶
아침DJ 한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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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기다리고, 갈매나무는 견딘다|백석과 「빛 바랜 바다에서」가 말하는 상실 이후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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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DJ 한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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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눈부셨던 바다가 어느 날 잿빛으로 변할 때가 있습니다.
사람이 떠나고, 사랑이 멀어지고, 다시 돌아갈 수 없는 한 시절이 마음속에 남을 때 우리는 묻게 됩니다.
“돌아오지 않는 것을 우리는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까.”
제가 쓴 시 「빛 바랜 바다에서」에는 떠난 계절을 기다리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백석의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에는 모든 것을 잃은 듯한 추운 방에서 자신의 슬픔과 어리석음을 되씹다가, 마침내 눈 속에 홀로 서 있는 갈매나무를 떠올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다는 기다립니다.
갈매나무는 견딥니다.
두 작품을 함께 바라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오래도록 기다렸던 것은 정말 그 사람의 귀환이었을까.
어쩌면 그 사람과 함께 사라져버린
웃을 수 있었던 나,
내일을 믿었던 나,
아직 상처받지 않았던
**‘그때의 나’**를 기다렸던 것은 아닐까요.
세월이 지나고 보니 돌아와야 할 사람은 떠난 그대가 아니라,
슬픔 속에서 길을 잃었던 나 자신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떠난 사람을 잊을 필요는 없습니다.
사랑했던 시간도 지울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그 기억 때문에 오늘의 나까지 잃어서는 안 됩니다.
기다림에서 견딤으로,
상실에서 다시 삶으로.
백석의 갈매나무와 「빛 바랜 바다에서」를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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