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한잔
브리즈 Bree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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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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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즈 Bree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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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또 구겨진 채
현관 앞에 나를 내려놓고
불도 켜지 않은 방 안에서
신발부터 벗어놓는다
주전자 끓는 소리만
오늘의 안부처럼 들리고
늦은 저녁 한 젓가락에
괜찮았다고 나를 속인다
소주 한 잔, 라면 한 젓가락
뜨거운 국물에 마음을 적시면
괜히 네 이름이 떠올라
후후 불어 삼킨다
잘 지냈냐고 묻고 싶은 밤
대답 없는 잔을 마주 앉혀 놓고
사랑도 하루처럼 퇴근하면
나는 어디로 돌아가야 하나
창밖엔 도시의 불빛
아직 잠들지 못한 사람들
저마다 돌아갈 곳이 있다는 듯
늦은 밤을 견디고 있다
젓가락 사이로 풀어진 면처럼
우리도 그렇게 흩어졌는데
왜 나는 아직도
네가 남긴 온기를 찾는지
소주 한 잔, 라면 한 젓가락
식어가는 국물 위로 밤이 번지면
괜찮다는 말보다 먼저
보고 싶다는 말이 떠오른다
잘 지냈냐고 묻고 싶은 밤
전화기 화면만 몇 번을 켰다가
사랑도 하루처럼 퇴근하면
나는 누구에게 돌아가야 하나
내일이면 또 아무렇지 않게
사람들 틈에 섞여 웃겠지만
오늘만큼은 이 작은 식탁에서
조금 울어도 괜찮을 것 같다
라면이 다 식기 전에
소주가 다 비기 전에
한 번만 네가 돌아와 준다면
아무 말 없이 앉아주면 좋겠다
그럼 나는 묻지 않을게
왜 떠났는지도
왜 돌아오지 않는지도
그저 뜨거운 라면 한 그릇
네 앞에 밀어놓고
늦은 저녁을 함께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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