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 30m 바다에 활주로를?” 울릉공항에 집결한 한국 50년 해양건설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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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심 30m 바다에 활주로를?” 울릉공항에 집결한 한국 50년 해양건설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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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공항 #케이슨 #한국건설기술 #해양토목 #가덕도신공항
울릉도 앞바다에 가라앉은 거대한 콘크리트 상자 30개.
가장 큰 케이슨은 무게만 1만6천 톤이 넘습니다. 이 거대한 구조물을 수심 30m가 넘고 막아줄 섬조차 없는 동해 외해에 세워 그 안을 메우고, 결국 바다였던 곳에 활주로를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기술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한국이 지난 50년 동안 사막의 바다와 갯벌, 서해와 남해, 바다 밑과 해외 항만에서 하나씩 쌓아온 경험이 울릉도에서 한꺼번에 사용됐습니다.
■ 1976년 사우디 주베일
한국 해양건설 기술의 중요한 출발점 가운데 하나는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이었습니다.
현대건설은 수심 30m 바다에 30만 톤급 유조선 4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 시설을 건설해야 했습니다.
약 400톤짜리 철제 재킷 89개를 울산조선소에서 제작한 뒤 배에 실어 사우디까지 운반했습니다.
‘육지에서 만들어 바다로 옮겨 세운다.’
50년 뒤 울릉공항 케이슨에서도 이 방식이 다시 등장합니다.
■ 광양에서 배운 연약지반
1982년 광양만에서는 바다를 메워 약 1,488만㎡ 규모의 제철소 부지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물을 잔뜩 머금은 무른 갯벌.
모래말뚝을 촘촘하게 박아 갯벌 속 물을 빼내고 지반을 단단하게 만드는 기술이 사용됐습니다.
한국은 이곳에서 ‘물렁한 바닥 위에 거대한 시설을 세우는 법’을 배웠습니다.
■ 인천공항과 새만금, 규모가 달라지다
인천국제공항을 만들기 위해 영종도 주변 섬 사이에 총 17.3km의 방조제를 만들고 바다를 메웠습니다.
새만금에서는 그 규모가 더욱 커졌습니다.
1991년 시작된 새만금방조제는 19년 만인 2010년 완성됐습니다.
길이 33.9km.
기네스 세계기록이 세계 최장 방조제로 공인했습니다.
이 시기를 거치며 한국은 엄청난 양의 흙과 돌을 움직이고 바다를 막아 새로운 땅을 만드는 경험을 축적했습니다.
■ 거가대교, 바다 밑 48m
2010년에는 또 다른 도전이 시작됐습니다.
거가대교 침매터널입니다.
길이 180m, 무게 약 4만5천 톤에 달하는 거대한 함체 18개를 물에 띄워 이동시킨 뒤 바다 밑 최대 48m까지 가라앉혀 연결했습니다.
‘거대한 구조물을 띄워 옮기고 정확한 위치에 가라앉힌다.’
이 경험 역시 울릉공항 케이슨 설치로 이어집니다.
■ 싱가포르에서 케이슨 221개
한국 기업의 기술은 해외에서 다시 시험받았습니다.
DL이앤씨는 벨기에 준설회사와 함께 싱가포르 투아스 항만 1단계 공사에 참여했습니다.
높이 28m, 무게 약 1만5천 톤의 케이슨을 무려 221개 제작해 바다에 세웠습니다.
계획된 공사기간은 36개월.
실제 공사는 29개월 만에 마쳐 7개월을 앞당겼습니다.
■ 그리고 울릉도
이 모든 경험이 향한 곳이 울릉공항입니다.
인천공항 매립지는 수심 약 1m였지만 울릉공항 앞바다는 평균 23m, 깊은 곳은 30m가 넘습니다.
게다가 파도를 막아줄 섬도 없는 동해 외해입니다.
2020년 태풍 마이삭 당시 울릉도에서는 최대파고 19.5m가 관측됐습니다.
울릉공항은 200년에 한 번 올 수 있는 22.6m 파도까지 감안해 설계됐습니다.
울릉공항에 들어갈 케이슨은 울릉도에서 만들지 않았습니다.
약 210km 떨어진 포항 영일만항에서 제작한 뒤 바다를 건너 운반했습니다.
예인 속도는 시속 약 4km.
사람이 걷는 속도로 약 52시간을 이동한 셈입니다.
케이슨의 무게는 8,598톤에서 최대 1만6,411톤.
파도가 1.5m 이하인 날에만 설치할 수 있었고 그런 날은 한 달에 10~15일 정도였습니다.
2022년 5월 첫 케이슨을 설치한 뒤 2025년 봄 서른 번째 케이슨까지 제자리를 찾았습니다.
파도의 힘을 분산시키기 위해 울릉 현장에 맞춘 ‘파력분산형 케이슨’도 적용됐습니다.
바다 밑 마지막 높낮이는 장비만으로 해결할 수 없어 잠수사들이 직접 내려가 맞췄습니다.
■ 산 하나가 활주로가 되다
공항 옆 가두봉에서는 약 912만㎥의 흙과 돌을 깎아내고, 이 가운데 약 827만㎥를 바다 매립에 사용합니다.
산을 깎아 바로 앞바다에 넣어 새로운 땅을 만들고 그 위에 활주로를 놓는 겁니다.
2026년 9월 기준 울릉공항 전체 공정률은 81.73%.
준공은 2027년 12월, 개항은 2028년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 숫자 뒤에 있는 사람들
이 공사는 기술만으로 완성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2024년 5월 8일 울릉공항 건설현장에서 흙더미가 무너지며 하청업체 노동자 한 명이 숨졌습니다.
사고 조사와 설계 변경, 자재 수급 문제 등이 겹치면서 사업 일정도 2년 늦어졌습니다.
거대한 구조물과 기록 뒤에 현장을 지킨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도 함께 기억해야 합니다.
■ 다음 시험지는 가덕도
울릉에서 끝이 아닙니다.
다음 시험지는 가덕도신공항입니다.
부지조성 공사에만 10조7,175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며 공사기간은 106개월, 개항 목표는 2035년입니다.
바다를 메우고 방파제를 만들고 연약한 지반까지 다져야 합니다.
지난 50년 동안 각각의 바다에서 익힌 기술을 또 한 번 한곳에 모아야 하는 공사입니다.
1976년 사우디 주베일의 재킷 89개.
광양의 연약지반.
인천공항과 새만금의 대규모 매립.
거가대교의 바다 밑 48m 침매터널.
싱가포르 투아스의 케이슨 221개.
그리고 울릉 앞바다의 케이슨 30개.
울릉공항에 들어간 것은 콘크리트와 돌만이 아니었습니다.
한국이 50년 동안 여러 바다에서 시행착오를 거치며 쌓아온 경험과 기술이 함께 들어갔습니다.
몇 년 뒤 사람들이 보게 될 것은 1,200m짜리 활주로지만, 다음 세대가 물려받는 것은 그 활주로를 거친 바다 위에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일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바다에서 해낸 일들과 그 숫자 뒤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계속 전해드리겠습니다.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주요 출처]
매일신문 - 울릉공항 건설
https://www.imaeil.com/page/view/202511101...
경북매일 - 울릉공항 공정률 81.7%
https://www.kbmaeil.com/article/2026091950...
현대건설 뉴스룸 - 사우디 주베일 프로젝트
https://www.hdec.kr/kr/newsroom/news_view....
포스코 뉴스룸 - 광양제철소 건설
https://newsroom.posco.com/
인천국제공항공사 - 인천공항 부지조성
https://www.airport.kr/
정책브리핑 - 새만금방조제 세계 최장 국제공인
https://www.korea.kr/news/policyNewsView.d...
부산광역시 - 거가대교 침매터널
https://www.busan.go.kr/news/totalnews01/v...
이투데이 - DL이앤씨 싱가포르 투아스 항만
https://www.etoday.co.kr/news/view/2204808
DL이앤씨 - 울릉공항 건설공사
https://www.dlenc.co.kr/
한국일보 - 울릉공항 케이슨
https://www.hankookilbo.com/news/article/A...
서울신문 - 울릉공항 건설현장 사고
https://www.seoul.co.kr/news/society/2024/...
아시아경제 -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
https://view.asiae.co.kr/article/202609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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