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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린 날엔 걱정이 없다 [휴직에세이 EP32]

폴리마테스 Polymathē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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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린 날엔 걱정이 없다 [휴직에세이 EP32]

6 просмотров · 10 дней наза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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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기차를 타며 웃고 있다. 기차라고 하기엔 장난감에 가깝다. 바퀴 달린 몸체에 엄마가 걸터앉아 있고, 나는 그 뒤에 연결된 또 하나의 칸에 앉아 손잡이를 잡고 있다. 언제 찍은 사진인지는 잘 모르겠다. 몇 살이었는지, 내가 그 기차를 얼마나 좋아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궁금한 게 많지만 사진은 말이 없다. 이내 찍히지 않은 시간을 상상한다. 사진을 찍기 전까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아빠는 왜 갑자기 카메라를 들게 되었을까. 기차놀이가 끝난 뒤 우린 어디로 갔을까.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그런 내가 계속 나온다. 돌잔치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아이도 있고, 어느 해수욕장에서 친척들과 물놀이를 하고 있던 나도 있다. 무심코 그 아이에게 말을 걸어본다. 분명 나지만, 그 아이는 어쩐지 좀 낯설다. 앨범을 덮고 눈을 감아본다. 이어지지 않는 흐릿한 조각들이 보인다. 나는 좀처럼 가만히 있지 않았다. 집 안에서 공놀이를 하다가 엄마를 맞추기도, 무언가를 깨뜨리기도 했다. 문밖으로 나가면 하루는 더 길어졌다. 나는 유독 놀이기구를 좋아했고, 언제나 마지막까지 남아 있었다. 가끔씩은 엄마 앞에 앉았다. 반듯한 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나는 글자를 따라 쓰고 소리 내 읽었다. 연필 끝을 따라 삐뚤빼뚤한 글자가 하나씩 생겨난다. 아마 내가 좋아하는 자동차나 먹고 싶은 과일이겠지. 그런데 그 장면은 늘 그쯤에서 끊긴다. 나는 어쩌다 그런 아이였을까. 흩어진 조각들을 모아놓고 보니, 그 안에 좀처럼 보이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나는 내가 찬 공이 어디로 굴러갈지는 생각하지 않았고, 놀이동산에서는 다음에 무엇을 탈지만 궁금했다. 책상 앞에서 싫증이 난 나는 연필을 길게 붙잡고 있지 않았다. 나의 어린 날엔 걱정이 없다. 이 문장을 떠올리고 나니, 사진 속 부모님이 전과는 조금 다르게 보인다. 나를 안고 있는 사람, 바닷가에서 곁을 지키는 사람, 작은 기차 앞에 앉아 나를 끌고 가는 사람. 부모님은 내가 몰라도 되는 것들을 끝내 내게 건네지 않았다. 이대로 책상을 떠나게 놔둬도 되는 걸지, 저렇게 뛰어다니다 다치지는 않을지, 좋은 아이로 자라나고 있는 건지. 나는 오래도록 그런 마음을 모른 채 자라왔다. 그런데 요즘, 그 모양을 조금씩 알 것도 같다. 여름이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지만, 내 걱정은 이미 한참 뒤까지 밀려나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다시 사진 속 나를 떠올리기로 한다. 힘겹게 움켜쥔 연필을 내려놓고, 금세 어디로 뛰어가버리던 그 아이를. 언젠가 여름이가 어린 날을 돌아보았을 때, 그곳에 걱정이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