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례 석 달 만에 보따리를 이고 떠난 열일곱 새색시와 홀로 남은 꼬마신랑..야담 | 옛날이야기 | 민담 | 수면동화 | 오디오북
조선달빛야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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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례 석 달 만에 보따리를 이고 떠난 열일곱 새색시와 홀로 남은 꼬마신랑..야담 | 옛날이야기 | 민담 | 수면동화 | 오디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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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살 먹은 것이 무슨 종손이냐. 곳간 열쇠 내놓고 당장 사랑방에서 나가거라!"
새색시가 보따리 하나를 이고 대문을 나선 바로 그날 밤이었습니다.
아버지 위패 앞에 홀로 남은 꼬마신랑 곁에는, 작은아버지가 걷어찬 서안이 다리가 부러진 채 나뒹굴고 있었지요.
각시가 떠나며 남긴 것이라곤 반으로 접힌 버선본 한 장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밤부터 이 텅 빈 종가에서는, 아무도 설명하지 못하는 일이 하나씩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옛날 옛적 충청도 공주 땅, 계룡산 그림자가 길게 드리운 마을에 추씨 종가가 있었습니다.
한때는 고을에서 손꼽히던 집안이었지요.
지금은 기왓장 군데군데가 깨져 빗물이 샜고, 솟을대문 한쪽 문짝은 비스듬히 기울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커다란 종가를 지키는 주인이 고작 열 살 먹은 아이였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새벽닭이 울기도 전이었습니다.
사랑방 이불 속에서 작은 그림자 하나가 조심조심 몸을 일으켰지요.
빛바랜 옥색 도포는 소매 끝이 풀려 너덜거렸고, 총각 상투는 삐뚤게 틀어 올려져 있었습니다.
아이의 이름은 추명규.
키는 또래보다 한 뼘이나 작았지만, 짙은 눈썹 아래 눈빛만은 단단했답니다.
명규는 사랑방 윗목에 차려 둔 상청으로 가 아버지 위패 앞에 엎드렸습니다.
상청이란 삼년상 동안 돌아가신 분의 위패를 모셔 두는 자리랍니다.
“아버님, 소자 명규 문안드리옵니다. 간밤에 바람이 차서 사랑방 문풍지를 새로 발랐사옵니다.”
위패는 아무 대답이 없었지요.
명규는 한참을 그대로 엎드려 있다가 작은 소리로 덧붙였습니다.
“각시는 오늘도 안채에서 바느질을 하옵니다. 소자는 아직 말 한마디 제대로 못 붙여 보았사옵니다.”
그렇습니다.
열 살 꼬마 명규에게는 각시가 있었지요.
올봄의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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