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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사용년수

soho S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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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사용년수

4 просмотра · 5 дней назад
soho S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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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유통기한을 생각하다 늙는다는 건 우선 겉모습부터 달라지는 일이다. 팽팽하던 피부는 늘어지고 주름이 깊어진다. 허리는 조금씩 굽어 땅을 내려다보게 되고, 눈은 침침해져 사물을 제대로 분간하기 어려워진다. 무슨 말을 들었는지 알아듣지 못하면서도 상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일이 잦아진다. 숨 쉬는 일조차 예전 같지 않다. 가슴이 짓눌리는 듯 답답하고, 짧아진 호흡을 몰아쉬며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기만 하다. 걸음은 느려지고 발걸음에는 힘이 빠진다. 이리저리 몸을 가누며 걷다가도 힘에 부치는지 가다 서고, 섰다가 다시 걷는다. 키는 조금씩 줄고 몸은 야위어 간다. 한때 몸에 꼭 맞던 옷과 신발마저 이제는 몸에 비해 커 보인다. 정신도 예전 같지 않다. 무언가를 생각하려 해도 머릿속이 멍해지고,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잊어버릴 때가 있다. 눈꺼풀은 무겁게 내려앉고 입술은 가늘게 떨린다. 입가에 흐르는 침을 닦으면서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모습은 차마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운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킨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런 생각이 든다. '안됐다. 참 안됐다. 사람이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어찌 이리도 요란하고 힘겨운 일인가.' 그런 생각을 하던 중, 어제 보일러를 수리하러 오신 한 분의 모습이 떠올랐다. 나보다 나이가 더 많으신 듯한 그분은 조금 떨리는 손으로 공구를 잡고 묵묵히 자기 일을 하고 있었다. 내 눈에는 그 모습이 힘겨워 보였다. 그러나 그분에게는 그저 해야 할 일이었을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인간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음식에는 유통기한이 있고 물건에는 사용기한이 있다. 그렇다면 인간에게도 정해진 사용기한이 있는 것일까? 몸은 낡아 가는데도 우리는 조금 더 살기를 바란다. 하지만 오래 산다는 것과 잘 산다는 것은 같은 뜻일까? 어쩌면 중요한 것은 남은 수명이 아니라, 남은 시간에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느냐일 것이다. 늙었다고 해서 한 인간의 가치까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니까. 몸에는 사용기한이 있을지 몰라도, 삶의 가치에도 기한이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