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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비워둔 계절

ODD HOURS 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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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비워둔 계절

28 просмотров · 2 недели назад
ODD HOURS 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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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엔 참 이상했어 뭘 했는지 잘 기억도 안 나 그런데 이상하게 좋았어 달력엔 비어 있는 날이 많았고 해가 져도 집에 갈 생각 없었어 내일 하면 되지 뭐 그 말이 참 편했어 늦잠 자고 또 밤을 새고 별일 없이 웃다가 하루가 가고 누군가는 바쁘게 앞을 보는데 나는 그냥 천천히 걸었어 해야 할 일은 잠시 미뤄두고 하고 싶은 것만 골라서 했어 돌아보면 너무 놀았나 싶어도 그때는 그게 좋았어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조금 늦은 건 아닐까 괜히 거울 앞에 서서 오늘도 나를 확인해 "음... 괜찮은가?" 거울 속의 나를 한참 바라보다 "옆구리살이..." 거울은 아무 말 없이 한참 나를 바라보다 "괜찮다니까." "정말?" "응. 진짜 괜찮아." 누구는 벌써 다음을 정했고 누구는 멋진 계획을 세웠고 나는 그냥 좋은 날에 좋은 사람들과 웃었어 누군가는 시간을 세어 가는데 나는 시간을 잊고 있었어 그게 잘못인 줄 알았던 건 조금 조급해진 지금의 나였어 또 그 목소리가 들려와 "이제 뭔가 해야 하지 않아?" 나는 또 거울을 바라봐 작은 것 하나를 찾아내 "이것도 좀 이상하지 않아?" 거울은 이번에도 같은 대답을 해 "괜찮다니까." 아무것도 안 한 것 같았던 그 시간들이 나를 채우고 있었어 햇살 아래 늦잠을 자고 밤새 웃었던 그 모든 순간 혹시 내가 뒤처진 건 아닐까 괜히 마음만 앞서갔지만 아무것도 안 한 게 아니야 잠깐 나를 충전하고 있었던 거야 하루하루 조금씩 다시 나로 돌아오고 있었어 생각보다 별일 없었어 내가 걱정했던 것만큼 조금 느려진 게 뭐 어때 길은 어디 가지 않으니까 완벽해야 할 이유도 없고 지금 당장 정할 필요도 없고 어제보다 조금 웃으면 그걸로 충분한 날도 있잖아 시계가 멈춘 게 아니야 그냥 잠깐 보지 않았던 거야 길을 잃은 것도 아니야 조금 천천히 걸었던 거야 고칠 게 뭐가 그리 많아 비교할 게 뭐 그리 많아 거울 속에 서 있는 나는 어제도 오늘도 그대로인데 왜 나만 자꾸 뭔가를 바꾸려 했을까 아직도 걱정돼? 조금. 뭐가 그렇게 걱정돼? 그냥... 다. 근데 너 괜찮은데? 정말? 응. ... 이제 그만 확인해도 돼. 아무것도 안 한 것 같았던 그 시간들이 나를 채우고 있었어 빈손인 줄만 알았던 하루가 나를 다시 백 퍼센트로 채웠어 늦어도 괜찮아 조금 쉬어도 괜찮아 나는 멈춰 있던 게 아니야 다시 달릴 힘을 만들고 있었어 아무것도 안 한 것 같았던 그 일 년이 나였던 거야 백 퍼센트 이제 됐어 백 퍼센트 충분해 이제 진짜 괜찮아! 그래, 진짜 괜찮아! 그럼 뭐 할까? 뭐 하고 싶은데? 놀러 가자! 그거면 됐어! 좋아, 가자! 오늘은 나를 위해 신나게 웃어볼래 그래, 그게 제일 잘 어울려 우린 꽤 괜찮은 하루를 만들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