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득한 바다 위 낯선 섬을 홀로 걷다, 흑산도 칠락봉·상라산 트레킹
망토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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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한 바다 위 낯선 섬을 홀로 걷다, 흑산도 칠락봉·상라산 트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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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산도 승선권 예매 팁]
📍 홍도 ➔ 흑산도: 앱 예매 불가. 홍도여객선터미널 또는 목포항에서 현장 예매 필수
📍 흑산도 ➔ 목포항: '가보고 싶은 섬(여객선예매)' 앱으로 인터넷 사전 예매 가능
🚌 [흑산도 버스 투어 팁]
📍 신청 방법: 흑산도항 도착 후 대기 중인 버스에서 직접 신청하거나, 예약한 숙소를 통해 신청 가능
📍 꿀팁: 투어는 약 1시간 30분 소요되며 시계 반대방향으로 운행하므로, 바다 풍경을 제대로 감상하시려면 '우측 창가 자리'를 추천합니다.
🏡 [흑산도 숙소 & 이용 팁]
📍 위치: 이동 동선을 위해 흑산도항/선착장과 가까운 숙소를 추천합니다.
📍 식사: 숙소 자체 식당을 이용해 식사 후 빠르게 이동하는 것이 시간 절약에 유리합니다. (아침 06:30 / 저녁 18:30부터 식사 가능)
📍 편의시설: 항 근처에 마트가 있어 간단한 생필품이나 간식 구매가 편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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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기 본문]
홍도에서의 이틀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믿기지 않을 만큼 아쉬운 시간이었다. 숙소 사모님의 따뜻한 밥상 덕분에 일상처럼 느껴졌던 이곳. 널브러진 짐을 챙겨 방을 깨끗이 비운 뒤, 홍도여객선터미널로 향했다. 서둘러 흑산도행 승선권을 받아들고 여객선에 몸을 실었다. 떠나는 사람들의 손에는 저마다 선물 꾸러미가 가득 들려 있었다.
넘실대는 파도에 여객선이 크게 휘청이기를 삼십여 분, 드디어 흑산도항에 도착했다. 서둘러 숙소에 짐을 부린 뒤, 항구에 대기 중이던 관광버스에 올랐다. 의자에 앉자 육중한 버스가 바다를 우측에 둔 채 서서히 움직였다. 그렇게 흑산도에서의 새로운 하루가 열렸다.
이십여 분만에 도착한 상라산 전망대. 여러 대의 버스가 정차해 있었고, 수많은 관광객이 서쪽 바다를 향해 서 있었다. 다가가 바라본 먼바다는 유화로 곱게 칠해놓은 듯 푸른 빛을 띠고 있었다. 그 수평선 너머로 작게 비치는 홍도. 참 반가웠다. 하지만 다시 만날 수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애틋해졌다. 문득 오래전 첫사랑이 떠올랐다. 떠나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는 마음은 섬이나 사람이나 다르지 않은 모양이었다.
흔들리는 차창 밖으로는 여전히 푸른 바다가 닿아 있었다. 버스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기사님의 구수한 입담에 승객들은 하나가 되어 깔깔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한 시간 삼십여 분이 흘러 버스는 다시 흑산도항으로 돌아왔다. 시계는 정확히 오후 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숙소 1층에서 점심을 먹은 뒤, 마지막 남은 긴 산행을 위해 서둘러 배낭을 챙겼다.
지도를 살피며 칠락봉 등산로 초입을 찾았다. 마을 뒤편, 해안도로를 따라 걷다 보니 ‘샘골’ 입구가 나타났다. 슈퍼마켓 아주머니의 말대로 칠락봉을 거쳐 상라산까지 걸으려면 고스란히 4시간이 걸릴 터였다. 입구에 서서 지도를 다시 확인하고, 헛기침을 두어 번 내뱉은 뒤 숲속으로 발을 들였다. 새로운 흑산도의 숲이 비로소 시작되고 있었다.
샘골에서 시작된 숲에는 햇살이 가득 쏟아지고 있었다. 바짝 마른 낙엽을 밟을 때마다 바삭거리는 발자국 소리가 숲의 정적을 깨웠다. 쏟아지는 땀을 고스란히 느끼며, 능선 위에서 마주할 풍경을 기대했다. 여전히 정적으로 가득 찬 숲, 간헐적인 새소리와 거친 숨소리조차 오래된 친구처럼 느껴졌다.
사십여 분을 올랐을까. 커다란 바위들 위로 불쑥 하늘이 열리고 나무들의 키가 훌쩍 낮아졌다. 비로소 능선에 다다랐음을 직감했다. 쓰러진 나무 그루터기에 양손을 얹고 고개를 숙였다. 등산화 위로 땀방울이 툭툭 떨어졌다. 상체를 일으키며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서늘한 공기가 폐부를 채우는 순간, 눈앞에 푸른 바다가 펼쳐졌다.
칠락봉 정상에 들어서자 눈앞으로 시원하게 터지는 푸른 바다의 비경이 펼쳐졌다. 짙푸른 수면 위로 펼쳐진 흑산도항의 정겨운 모습과 해안선은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멋스러웠다. 나는 또 한 번 우두커니 서서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손으로 닦아냈다.
걷는 내내 바다를 끼고 걸을 줄 알았지만, 흑산도의 깊은 숲은 뭍의 산들과 닮아 있었다. 어두컴컴한 그늘 속을 걸을 때는 깊은 적막만이 가득했고, 빽빽한 나뭇가지 사이를 뚫고 나올 땐 햇살이 그토록 반가울 수 없었다. 기기묘묘한 숲의 긴장감과 마음을 가라앉히는 편안함이 번갈아 밀려왔다.
문득 나타난 ‘큰재삼거리’. 서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아득한 수평선 위로 홍도가 고래처럼 엎드려 있었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 벤치에 배낭을 내려놓고 커피를 꺼내 철퍼덕 주저앉았다. 뜨겁던 햇살도 어느새 일을 다했는지 바다는 어두운 빛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가빴던 숨이 가라앉고, 광활한 풍경과 오롯이 마주한 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는 ‘위로’라는 단어가 조용히 피어올랐다.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큰재삼거리를 지나자 손길이 닿은 정갈한 숲길이 이어졌다. 마음은 바빴다. 상라산성도 올라야 하고, 도로를 따라 내려간 뒤 숙소까지 더 걸어야 했다. 하지만 서두르지 않아도, 결국 내 발끝에 모두 닿을 터였다. 주머니 속 사탕 하나를 꺼내 입에 물고는, 스치는 작은 풍경들에 시선을 오래 두었다.
마침내 차가 다니는 아스팔트 도로, 숲길의 끝을 알리는 ‘마리재’가 나타났다. 이보다 더 반가울 수가 있을까. 산 정상에 섰을 때보다 환한 미소가 번졌다.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좋아서 제 발로 산길을 걸었으면서도, 정작 이 순간이 더 행복하다니. 실소가 터졌지만, 여기서 여정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다시 상라산성 꼭대기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상라산성으로 몸을 튼 지 불과 십여 분 만에 정상에 닿았다. 당혹스러웠다. 그곳에는 흑산도를 감싼 바다가 사방으로 펼쳐져 있었다. 긴장했던 나였지만, 이내 웃으며 꼭대기의 풍경을 꾹꾹 눌러 담았다. 이제 그 아래로 펼쳐진 ‘12굽이 도로’를 따라 섬마을까지 내려갈 차례였다.
파란 지붕을 가진 마을 사이를 지나 흑산도항으로 걸어가는 길. 내 머릿속에는 오직 하나의 물음표만 맴돌았다.
‘나는 왜 이 낯선 곳을 홀로 걷고 있을까.’
젊은 날의 사진에 대한 열정이 아직 남아서일까, 아니면 이 경험을 글로 풀어내고 싶어서일까. 혹은 영상을 제작하고 마침내 완성했을 때 찾아오는 찰나의 희열 때문일까. 어느 것 하나로 딱 잘라 설명할 수 없었다.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한 채, 길게 마른 한숨을 한 번 내쉬고는 덤덤하게 숙소를 향해 다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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