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기 - 길을 잘못 들었나
무명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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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기 - 길을 잘못 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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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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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
분명 저 다리를 건너라 했는데
물어볼 사람도 뜸해진 저녁
손에 쥔 메모를 뒤집어 보다가
익숙한 나무 앞에 다시 멈췄어
담장 너머로 들려오는 웃음
고개를 드니 네가 날 보고 있어
아까도 여기 지나가지 않았냐고
나는 괜히 메모만 한번 접었어
처음 온 길이라 조금 헷갈려
네 말에 그제야 어깨가 놓여
어디까지 가냐는 짧은 물음에
적힌 이름 하나를 손끝으로 짚어
마침 그쪽으로 가는 길이라며
넌 문을 닫고 내 옆으로 나와
나는 고맙다는 말을 건네고
네 걸음에 천천히 보폭을 맞춰
어디서 왔냐는 네 말에
조금 먼 곳이라 대답했어
다시 묻지 않는 네가 편해서
내 얘기를 조금 더 꺼냈어
길을 잘못 들었나 봐
너를 만나 여기 걷는 걸 보니
돌아가는 길을 묻고 있었는데
네 얘기에 자꾸 걸음이 느려져
길을 잘못 들었나 봐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왔네
저 다리만 건너면 된다는데
조금 더 같이 걸어도 될까
처마 밑에 잠깐 비를 피했어
금방 그칠 거라 네가 말했지
가방을 뒤져 접은 수건을 꺼내
젖은 네 어깨에 가만히 건넸어
고맙다며 웃는 네 목소리에
무슨 말을 하려다 나도 웃었어
목에 걸린 헤드폰이 궁금한지
네 시선이 잠깐 거기에 머물러
한쪽을 건네고 노래를 틀었어
빗소리 사이로 작은 소리가 새
넌 눈을 감고 잠깐 귀를 기울여
나는 젖은 신발 끝만 내려다봐
좋아하는 노래냐고 묻는 네게
오래 들었다고 고개를 끄덕여
비가 그친 것도 모르고 있다가
처마 끝 물방울에 함께 눈을 들어
길을 잘못 들었나 봐
너를 만나 여기 걷는 걸 보니
돌아가는 길을 묻고 있었는데
네 얘기에 자꾸 걸음이 느려져
길을 잘못 들었나 봐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왔네
저 다리만 건너면 된다는데
조금 더 같이 걸어도 될까
다리 앞에 닿으니 불이 켜져
물 위로 길게 번지는 저녁빛
저기 보이는 집이라 네가 가리켜
이제는 혼자 찾아갈 수 있겠지
네게 돌려받은 수건을 접으며
고맙다는 말을 한 번 더 했어
돌아서려는데 네가 먼저 물어
아까 듣던 노래 이름이 뭐냐고
말해 주려다가 잠깐 생각했어
제목만으로는 찾기 어려울 텐데
내일도 들려줄 수 있다고 하니
넌 내 얼굴을 보며 고개를 끄덕여
오늘처럼 이쯤이면 괜찮겠냐고
묻는 목소리가 조금 작아졌어
넌 아까 만난 나무를 가리키며
이번에는 거기서 기다린댔어
길을 잘못 들었나 봐
너를 만나 여기까지 왔으니
돌아가는 길은 이제 알겠는데
내일도 그 나무를 찾게 될 것 같아
길을 잘못 들었나 봐
오늘은 그게 참 다행이야
네가 건넨 인사를 떠올리며
남은 길을 천천히 걸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