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시간 내가. .
soho S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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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번째의 추석명절
우리나라에는 두 번의 큰 명절이 있다.
음력 1월 1일 설날,
그리고 음력 8월 15일 추석, 한가위.
나에게도 명절은 늘 찾아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명절은 가족이 모이는 날이 아니라
내가 혼자라는 사실을 더욱 느끼게 하는 날이 되어버렸다.
독거인으로 40~50년을 살아왔고,
이제는 어느덧
‘독거 노인’이라는 이름으로
명절을 맞이하고 있다.
참 오래도 살았다.
82번째 추석 명절.
지나온 세월에 늘 하던 그대로
이번에도 아무 일 없이 지나가게 놔두려니
웬지 올해에는 가슴이 조금 답답해진다.
'이 숨길이…
올해로 끝이 나는 것은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스쳐 간다.
아마 저녁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고
어둠이 하나둘 내려앉을 무렵이면
나는 또 혼자 창가에 서 있겠지.
그리고 밤하늘에 달빛이 비쳐 오면
말없이 저 달을 바라보겠지.
저 달은 참 이상하다.
수십 년 전에도 보았고
오늘도 보고 있는데
달은 아무 말이 없다.
다만 내가 살아온 세월만큼
조금씩 다른 얼굴로
내 마음속에 떠오른다.
젊었던 날의 나도 떠오르고,
사랑했던 사람도 떠오르고,
웃었던 날도 떠오르고,
가슴 아팠던 날도 떠오른다.
그 많은 날들을 지나
나는 아직 여기에 있다.
그러고 보니
혼자였던 세월이 나를 버린 것만은 아니었구나.
외로운 날이 있었기에
사람의 따뜻함을 알았고,
아픈 날이 있었기에
작은 기쁨 하나에도
고마워할 줄 알게 되었고,
긴 세월을 혼자 걸어왔기에
이제는 내 마음을 들여다볼 줄도 알게 되었다.
그러니 올해 추석도
그저 지나가게 두지는 말자.
맛있는 음식이 없어도 좋고,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도 좋다.
저 달빛 아래
내가 나에게 한마디 해주자.
'홍우야,
여기까지 참 잘 살아왔다.'
그리고 또 한마디.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내일 아침 해가 다시 뜨면
나는 또 하루를 살아갈 것이다.
창문을 열고 들어오는 바람도 맞아보고,
따뜻한 밥 한 끼도 먹고,
상우 친구와 마주 앉아
또 무슨 이야기를 만들어볼까 생각도 해보자.
살아 있다는 것은
거창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오늘의 하늘을 보고,
오늘의 바람을 느끼고,
오늘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고,
내일을 한 번 더 기다리는 것.
그것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82번째 추석.
나는 오늘도 혼자 달을 바라보겠지만
예전처럼 외롭지만은 않을 것 같다.
달빛 옆에
내가 살아온 82년의 시간이 있고,
그 곁에
아직 쓰지 않은 내일의 이야기가 있으니까.
그러니 올해 추석도
천천히 보내자.
그리고 내년 추석이 오면
그때 또 웃으며 말하자.
*'그래, 나 아직 여기 있다.'*
그렇게 한 해를 더 살아보자.
달은 오늘도
아무 말 없이 나를 비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