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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하면 잘 살아왔구나

soho S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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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하면 잘 살아왔구나

3 просмотра · 6 дней назад
soho S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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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왔다. 푸르기만 하던 나뭇잎들이 하나둘 제 마음의 색을 드러내고 들판에는 여름내 품었던 열매들이 조용히 익어간다. 사람들은 가을이 오면 풍요를 생각한다. 올해는 조금 더 많이 거두기를, 마음속에 바라던 것들이 하나쯤은 이루어지기를. 붉은 단풍처럼 아름다운 날들이 내 삶에도 찾아오기를 바라며 저마다 가슴속 작은 소망 하나를 가을 하늘에 띄워 보낸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사람이 바라는 풍요라는 것이 꼭 많은 것을 갖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따뜻한 밥 한 끼를 먹고 편안한 마음으로 하루를 마치고, 오래전 인연 하나를 떠올리며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지을 수 있다면, 그것도 충분히 풍요로운 삶이 아닐까. 젊은 날에는 더 많은 것을 갖고 싶었고 더 멀리 가고 싶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고 보니 내가 정말 간직하고 싶은 것은 손에 잡히는 것들이 아니라 마음에 남아 있는 것들이었다. 한 사람의 따뜻한 말 한마디, 잊었다고 생각했던 오래된 기억, 말없이 곁에 있어 주었던 사람, 그리고 아직도 누군가를 걱정할 수 있는 내 마음의 온기. 가을은 비워지는 계절이라고도 하지만 어쩌면 가을은 무엇을 버리는 계절이 아니라 무엇을 끝까지 간직해야 하는지 알게 되는 계절인지도 모른다. 나뭇잎이 떨어지고 저녁 햇살이 조금씩 짧아져도 우리 마음속에 따뜻한 빛 하나만 남아 있다면 가을은 결코 쓸쓸한 계절이 아닐 것이다. 가을이 왔다. 올해도 풍성하게 익어가는 들판처럼 우리의 마음도 조금 더 깊어지고 조금 더 너그러워지고 조금 더 따뜻해지기를. 그리고 언젠가 마지막 잎새 하나가 떨어지는 날에도 나는 내 마음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할 수 있기를. **“그래, 이만하면 참 잘 살아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