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하면 잘 살아왔구나
soho S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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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하면 잘 살아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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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ho S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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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왔다.
푸르기만 하던 나뭇잎들이
하나둘 제 마음의 색을 드러내고
들판에는 여름내 품었던 열매들이
조용히 익어간다.
사람들은 가을이 오면
풍요를 생각한다.
올해는 조금 더 많이 거두기를,
마음속에 바라던 것들이
하나쯤은 이루어지기를.
붉은 단풍처럼 아름다운 날들이
내 삶에도 찾아오기를 바라며
저마다 가슴속 작은 소망 하나를
가을 하늘에 띄워 보낸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사람이 바라는 풍요라는 것이
꼭 많은 것을 갖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따뜻한 밥 한 끼를 먹고
편안한 마음으로 하루를 마치고,
오래전 인연 하나를 떠올리며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지을 수 있다면,
그것도 충분히 풍요로운 삶이 아닐까.
젊은 날에는
더 많은 것을 갖고 싶었고
더 멀리 가고 싶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고 보니
내가 정말 간직하고 싶은 것은
손에 잡히는 것들이 아니라
마음에 남아 있는 것들이었다.
한 사람의 따뜻한 말 한마디,
잊었다고 생각했던 오래된 기억,
말없이 곁에 있어 주었던 사람,
그리고 아직도 누군가를 걱정할 수 있는
내 마음의 온기.
가을은
비워지는 계절이라고도 하지만
어쩌면 가을은
무엇을 버리는 계절이 아니라
무엇을 끝까지 간직해야 하는지
알게 되는 계절인지도 모른다.
나뭇잎이 떨어지고
저녁 햇살이 조금씩 짧아져도
우리 마음속에
따뜻한 빛 하나만 남아 있다면
가을은 결코 쓸쓸한 계절이 아닐 것이다.
가을이 왔다.
올해도 풍성하게 익어가는 들판처럼
우리의 마음도 조금 더 깊어지고
조금 더 너그러워지고
조금 더 따뜻해지기를.
그리고 언젠가
마지막 잎새 하나가 떨어지는 날에도
나는 내 마음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할 수 있기를.
**“그래,
이만하면 참 잘 살아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