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틀만은 못 내드리오" 빚쟁이 앞을 막아선 처녀, 동짓날까지 못 갚으면 혼사도 끝나는데.. | 야담 | 민담 | 옛날이야기 | 수면동화 | 부엉야담
부엉야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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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틀만은 못 내드리오" 빚쟁이 앞을 막아선 처녀, 동짓날까지 못 갚으면 혼사도 끝나는데.. | 야담 | 민담 | 옛날이야기 | 수면동화 | 부엉야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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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혼한 숯골 집에서 혼수라며 보내온 것은 다 낡은 베틀 한 대였습니다. 감골 처녀 연이는 그 베틀에 걸린 짜다 만 흰 무명과, 가장자리에 짜여 든 붉은 실 한 올을 등잔불 아래서 한참 들여다봅니다.
이틀 뒤 감골 제일 부자 도 생원이 일꾼을 앞세우고 들이닥칩니다. 숯골 집 빚 서른 냥의 담보라며 베틀에 새끼줄을 걸지요. 평생 어미 눈치만 보며 말끝을 흐리던 처녀가 그 앞을 두 팔로 막아서고, 도 생원은 온 동네 앞에서 기한을 겁니다. 동짓날까지 서른 냥, 못 갚으면 그 집 문서도 혼사도 끝이라고요.
실타래 몇 개로 살림을 꾸리는 처녀가 서른 냥을 마련하려면 베를 짜야 합니다. 그런데 이 베틀의 주인이던 시어머니 될 이는 "그 베틀 다시 보고 싶지 않다"며 사립문을 닫아걸지요. 파혼을 밀어붙이는 어미, 빚 때문에 얼굴도 못 드는 정혼자, 장터 값을 쥐고 흔드는 빚쟁이 사이에서 연이는 날마다 고개를 넘습니다. 열 해 동안 멈춰 있던 베틀이 왜 하필 지금 연이에게 왔는지 따라가는, 잠들기 전 듣기 좋은 따뜻한 창작 야담입니다.
[작가의 말]
여러분, 오늘 이야기 끝까지 함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부엉낭자입니다. 이 이야기는 제가 지어낸 옛이야기지만, 짓는 내내 연이가 물레 돌리는 소리가 귀에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오래 붙잡고 있던 장면은 닫힌 사립문 앞에 연이가 물레를 내려놓고 앉던 대목입니다. 연이는 설득하지도 사정하지도 않았지요. 그저 날마다 고개를 넘어가 그 자리에서 실을 잣고, 해 지기 전에 허리를 한 번 숙이고 돌아왔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말보다, 그렇게 묵묵히 곁에 와 앉아 있는 사람에게 열리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경상도에서 자란 저와 전라도 사람인 남편은 처음 살림을 합칠 때 국 간 하나 맞추는 데도 한참이 걸렸습니다. 서로 조금씩 덜고 보태다 보니 어느새 둘이 같이 먹는 맛이 생기더군요. 서로 원망하던 두 어미가 한 방에서 밤을 새우며 웃게 되는 장면을 쓰면서 그 시절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구겨진 옷감은 다림질하면 펴지지만, 사람 마음에 맺힌 주름은 오직 따뜻한 마음으로만 풀립니다. 튀어나온 실밥은 잘라 내면 그만이고, 터진 자리는 다시 꿰매면 되지요. 여러분 마음에 오래 접어 둔 옷감이 있다면, 날실만은 끊지 말고 걸어 두셨으면 합니다.
어머님이나 할머님이 쓰시던 물레나 베틀, 반짇고리 같은 물건 가운데 지금도 기억나는 것이 있으신가요? 물건 이름 하나만 남겨 주셔도 반갑게 읽겠습니다.
#야담 #옛날이야기 #낡은베틀 #가난한처녀 #동짓날기한
00:00 인트로 · 베틀 앞에서 내건 서른 냥의 약속
03:27 1장 · 낡은 베틀 하나뿐인 혼수
12:40 2장 · 빚쟁이 앞을 막아선 연이
25:22 3장 · 닫힌 사립문 앞 물레 소리
37:42 4장 · 무명 다섯 필에 겨우 닷 냥
47:11 5장 · 붉은 실에 담긴 열 해의 사연
58:29 6장 · 혼례 옷감 앞에서 내린 선택
1:09:52 7장 · 해 뜨기 전 들이닥친 빚쟁이
1:24:35 교훈메세지 · 묵묵한 손길이 여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