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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을 기다리며

좋은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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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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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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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을 기다리며 조 근수 산은 아직 여름의 흔적을 거두지 않았네 볕이 오래 머문 자리는 짙은 초록 그늘 가까운 잎 몇 장만 야위어 바람이 지날 때마다 몸을 뒤집네 아침마다 창 너머 산빛을 살피네 어제와 무엇이 달라졌을까 계절은 소리 없이 문턱을 넘는데 눈으로 짚을 경계 하나 보이지 않네 나무는 제 속을 쉽게 내보이지 않네 밤기온이 한 칸씩 낮아지는 동안 잎맥 깊은 곳에서는 남몰래 다음 빛을 오래 준비하고 있겠지 그러다 초록 한가운데 잎 하나 먼저 붉어질 때 산은 그 작은 기척을 받아 천천히 제 얼굴을 바꾸기 시작하리 생각하면 사람 또한 그러했네 한꺼번에 여기까지 온 것은 아니었네 웃음 몇 번, 눈물 몇 번 건너고 떠난 사람의 빈자리도 지나왔네 젊은 날에는 시작이 좋았네 먼 길 앞에서도 발걸음이 먼저였고 해가 기울어도 돌아갈 생각 없이 저녁 너머의 저녁까지 걸었네 요즘은 오래된 것에 눈길이 가네 김이 엷어지는 찻잔 하나 뒤축이 닳아 발에 익은 구두 손때 묻은 책 한 권도 쉬이 못 버리네 새것의 반짝임보다 곁을 지킨 시간에 마음이 가는 나이 사람의 환한 웃음보다 문득 그 뒤에 접힌 잔주름을 오래 읽네 그래서 올해 가을만큼은 산을 재촉하지 않으려 하네 화려한 절정을 먼저 만나기보다 그곳에 이르는 하루하루가 궁금하네 초록이면 아직 초록인 채로 비스듬한 오후 볕이나 받아두시게 한차례 바람에 몸을 흔들고 남은 햇살 곁에서 더 머무시게 아름다움이란 어쩌면 가장 빛나는 순간의 이름이 아니라 달라지는 자신을 감추지 않은 채 제 몫의 시간을 건너는 일인지 모르네 마침내 산허리가 붉어진 아침 나는 한동안 말없이 서 있으리 보고 싶던 풍경을 만난 기쁨보다 또 한 철 건너왔다는 생각이 먼저이리 낙엽 하나 어깨에 내려앉으면 손으로 얼른 털어내지는 않으리 한 계절이 마지막으로 머물 곳을 찾아 잠시 나에게 기대었을지도 모르니 단풍아, 늦어도 좋으니 서두르지 마시게 나 역시 내 나이를 앞질러 가지 않으려 하네 남아 있는 초록도 충분히 바라보고 서늘해진 바람과 나란히 걸어가려 하네 그리고 어느새 붉어진 산 앞에서 지난날을 굳이 헤아리지는 않으리 오늘의 내가 오늘의 빛을 품고 있듯 가을도 제때의 얼굴로 와 있을 테니 아직 붉지 않은 산도 좋네 오지 않은 것을 품은 풍경이라서 나는 오늘도 그 산 아래를 걸으며 다가오는 계절보다 지금을 오래 바라보네 #감성에세이 #감성영상 #마음의소리로쓰는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