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기 - 서신
무명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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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기 - 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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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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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
오늘은 무슨 말을 먼저 쓸까
한참을 빈 종이만 바라보다
창밖에 불어오는 바람 얘기로
조심스레 첫 줄을 시작해
아침엔 비가 잠시 머물렀고
해 질 무렵 하늘은 참 좋았어
저잣길 끝에 핀 작은 꽃 하나
보여주고 싶단 생각이 났어
잘 지내고 있는지
오늘은 웃을 일이 있었는지
묻고 싶은 말은 많은데
적다 보니 또 네 이야기야
이 마음이 네게 닿는 날
천천히 읽어주면 좋겠어
거창한 말은 하나 없어도
모든 줄에 네가 있으니까
오늘 내가 보았던 세상을
조금씩 네게 나눠주고 싶어
한 장 가득 채운 이야기 끝에
다시 네 이름을 적어본다
처마 끝에 떨어지는 빗소리
담장 위에 내려앉은 햇살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텐데
요즘은 하나씩 눈에 들어와
먹을 갈아 한 줄을 적고
마르기를 기다렸다 다음 줄
별것 아닌 하루를 쓰는데도
어느새 종이가 모자라네
멀리 있다고 멀어진 건 아닌가 봐
문득문득 네 생각이 나는 걸 보면
같은 하늘 어디쯤 너도
오늘 하루를 보내고 있겠지
내가 보지 못한 그곳의 풍경
네가 웃었던 작은 이유까지
언젠가 네 글씨로 돌아온다면
몇 번이고 다시 읽어볼 텐데
이 마음이 네게 닿는 날
천천히 읽어주면 좋겠어
거창한 말은 하나 없어도
모든 줄에 네가 있으니까
오늘 내가 보았던 세상을
조금씩 네게 나눠주고 싶어
한 장 가득 채운 이야기 끝에
다시 네 이름을 적어본다
이름 없이 지나가는 날들도
돌아보면 모두 이야기가 되고
그 이야기 한쪽에 네가 있다면
그걸로 충분할 것 같아
언젠가 같은 길을 걷게 되면
오늘 적은 이야길 들려줄게
그때는 종이 위 글씨가 아니라
내 목소리로 전할 수 있게
이 마음이 네게 닿는 날
가만히 웃어주면 좋겠어
하지 못했던 많은 말들이
이 글 안에 조금은 있으니까
내일 또 다른 하루가 오면
새로운 이야기를 적어둘게
멀리 있어도 같은 하늘 아래
우리의 시간은 이어질 테니
이제 붓을 내려놓으려 해
오늘의 마지막 한 줄에는
별다른 말 대신 이것만 적을게
그대의 하루도 평안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