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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지혜 #515] 테슬라는 이겼으나 스웨덴 모델은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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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지혜 #515] 테슬라는 이겼으나 스웨덴 모델은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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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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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자율과 기술 친화, 시니어 세대가 눈여겨볼 북유럽의 해법 세상의 이목을 끌던 사건도 결말은 쉽게 잊히곤 합니다. 그러나 이야기가 어떻게 끝났는지 살피는 일은 시작을 아는 것만큼 값진 공부입니다. 3년 가까이 이어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와 스웨덴 노동조합 운동의 대결이 그러한 사례입니다. 사건은 2023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스웨덴의 테슬라 정비 노동자들은 회사가 금속 산업 노동자 중심의 산별노조인 IF 메탈(IF Metall)과의 단체협약 체결을 거부하자 파업에 들어갔습니다. 다른 노조들도 동조 파업에 나서 우편 배달과 쓰레기 수거, 항만에서의 차량 하역까지 멈춰 섰습니다. 머스크 최고경영자는 이를 두고 '미친 짓'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양측이 물러설 수 없었던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테슬라는 전 세계 어느 사업장에서도 노조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기존 방침을 지키려 했습니다. 스웨덴 노조는 정부가 법으로 정하기보다 노사가 스스로 협상해 규칙을 만드는 자국의 노동시장 모델이 흔들리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결과는 노조의 패배였습니다. 올여름 IF 메탈은 파업 1,000일을 넘긴 시점에 파업 철회를 공식 선언했습니다. 테슬라가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 전원에게 보상을 제시해 회사를 떠나도록 하는 방식으로 이른바 매수(buy out)를 마쳤기 때문입니다. 스웨덴 노동조합총연맹(LO)의 단체협상 사무국장은 파업할 노동자가 없으면 파업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조직률이 높고 재정이 탄탄하며 제도적 뒷받침까지 갖춘 스웨덴 노조조차 테슬라를 협상 테이블에 앉히지 못했으니, 여건이 훨씬 열악한 다른 나라 노조에는 결코 고무적인 소식이 아닙니다. 미국에서는 2022년 스태튼아일랜드의 아마존 물류창고 노동자들이 노조 결성에 찬성표를 던졌지만, 4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아마존은 계약 협상에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스웨덴 모델은 이 사건으로 무너졌을까요. 그렇지 않았습니다. 일각에서는 테슬라 사태가 다른 기업으로 번지는 연쇄 붕괴의 출발점이 되리라는 우려가 있었으나, 현지의 노조 관계자들은 다른 기업과의 단체협약이 계속 체결되고 있다는 점에서 위안을 얻고 있다고 전해집니다. 대표적으로 '캔디 크러시'를 만든 비디오 게임 기업 킹(King)은 파업 위협이 따른 1년간의 협상 끝에 지난달 스웨덴 노조와 단체협약을 맺었습니다. 이번 분쟁을 다룬 책을 쓴 싱크탱크 아레나 이데(Arena Idé)의 게르만 벤더 연구원은 파업은 끝났고 노조는 졌지만 스웨덴 모델은 무너지지 않았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대목에서 주목할 것은 스웨덴 노조가 기술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미국 럿거스 대학교의 수전 슈어먼 노동학 교수는 북유럽 노조가 수출 주도형 경제에서 기업의 경쟁력 유지가 필수임을 잘 알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들은 기술 도입을 막는 데 힘을 쏟기보다 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도록 기술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그 성과를 조합원에게 어떻게 공정하게 나눌지에 집중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스웨덴은 수많은 스타트업 덕분에 유럽의 실리콘밸리로 불려 왔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서도 덴마크·핀란드·스웨덴의 기업 인공지능 도입률은 비교 대상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현지의 한 노조 활동가는 두려운 것은 신기술이 아니라 낡은 기술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필자는 이 사례에서 우리 사회가 배울 점이 적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노사 관계의 근간은 대립이 아니라 신뢰와 자율에 있어야 합니다. 정부의 법과 규제로 모든 것을 정하려 하기보다 당사자들이 책임을 지고 합의하는 전통이 오랜 세월 사회의 안정을 지켜 왔습니다. 둘째, 기업의 경쟁력이 곧 일자리의 기반이라는 상식을 노사가 함께 공유해야 합니다. 일터를 지켜 온 시니어 세대는 기업이 흔들릴 때 일자리와 노후의 토대도 함께 흔들린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셋째, 기술을 막아서기보다 익히고 활용하는 편이 노동자 자신에게 이롭습니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퍼지는 오늘날, 시니어 역시 배움을 놓지 않을 때 일터와 사회에서 자리를 지킬 수 있습니다. 물론 이번 결말이 노조에 가볍지 않은 숙제를 남긴 것도 사실입니다. 보상을 앞세운 회사의 선택 앞에서 조직의 단결이 무력해질 수 있음을 보여 주었기 때문입니다. 한편 회사로서도 협약을 끝내 거부한 채 쌓은 갈등의 비용과 평판을 가볍게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긴 쪽도 진 쪽도 서로에게서 배울 것이 남아 있습니다. 결국 스웨덴의 경험이 알려 주는 교훈은 단순합니다. 한 번의 승패보다 중요한 것은 제도가 오래 버티는 힘이며, 그 힘은 기술을 두려워하지 않고 경쟁력과 공정한 분배를 함께 고민하는 노사의 성숙에서 나온다는 점입니다. 우리 사회도 대립의 언어를 넘어 협력의 문법을 다듬어 가기를 바랍니다. 캐어유뉴스 편집장 김형래 수정삭제 주소복사▲ 본 이미지는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제작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