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요? 아이큐가 31..말도 못 하는데".."합의 안 합니다" 지옥의 1년 6개월, 결국 / SBS / AFTER 8NEWS / 권민규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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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도요? 아이큐가 31..말도 못 하는데".."합의 안 합니다" 지옥의 1년 6개월, 결국 / SBS / AFTER 8NEWS / 권민규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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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9 2,500원 과자로 재판까지, 지옥의 1년 6개월
02:03 검찰은 왜 유죄 취지로 약식기소 했을까?
02:42 계속되는 발달장애인 절도 논란, 해법 있을까?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의사무능력자에 대한 처벌을 제한하는 우리나라 형법 10조입니다. 그런데 의사능력이 없는 발달장애인이 돈을 내지 않고 과자를 집어 먹었다가 절도범으로 재판을 받는 기막힌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1. 2,500원 과자로 재판까지, 지옥의 1년 6개월
지난해 3월 중순, 서울 양천구의 한 무인 판매점 CCTV 화면입니다. 모자를 쓴 남성이 과자들을 만지작거리더니 포장지를 뜯어 입으로 가져갑니다. 38살 중증 발달장애인 김영식 씨가 절도범으로 몰리게 된 장면입니다. 활동 보조인과 산책을 나왔다가 보조인이 한눈을 판 사이에 무인 판매점에 들어가 과자를 집어먹은 겁니다.
[김덕준/김영식 씨 아버지 : IQ가 31이라고 그러더라고요. 혼자서 사회생활을 못하고 항상 활동 보조인이 지키고 있어야 된다. 그런 상태고 말 못하고 말 알아듣지 못하고…]
세 차례에 걸쳐 김 씨가 돈을 내지 않고 먹은 건 초코바 2개와 초코파이 1개, 총 2천5백 원어치였습니다. 당시 가게 안엔 "도난 사건의 경우 원칙적으로 합의하지 않는다", "꼭 합의가 필요하면 최소 50만 원"이라는 경고 문구가 붙어 있었습니다.
[김덕준/김영식 씨 아버지 : 그거를 어디 가서 훔쳐 먹었다는 생각을 못 했죠. (가게 주인이) '저는 그러면 합의 안 하겠습니다' 그러더라고요.]
경찰은 김 씨가 지적 수준이 현저히 낮은 중증 발달장애인이라는 점 등을 확인하고도 양측이 합의하지 않는다며 절도 혐의로 송치했고, 검찰도 기소유예가 아닌 벌금 10만 원, 약식기소를 했습니다. 유죄 취지의 결정이 내려지자 김 씨 가족은 정식 재판을 청구했습니다.
[김덕준/김영식 씨 아버지 : 얘네를 어떻게 처벌합니까? (장애인을) 수용해야 하는 문제지, 처벌 문제가 아닙니다. 그래서 이제 (약식명령에) 불복을 해서….]
지난달 9일, 1년 6개월 만에 내려진 1심 법원의 판단은 무죄였습니다. 지적 수준이 4-5세 유아기인 김 씨가 값을 치러야 한다는 의사 결정을 할 능력이 없어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게 재판부 판단입니다. 또한 김 씨가 과자를 훔쳐 달아난 게 아니라 그 자리에서 포장을 뜯어 바로 섭취하는 등 통상적인 수법의 절도라고 볼 수 없고, 경찰 조사와 재판장 신문 과정에서도 내용을 알아듣지 못해 김 씨 아버지가 대신 답변했다고 판시했습니다.
2. 검찰은 왜 유죄 취지로 약식기소 했을까?
그렇다면 검찰은 왜 김 씨를 유죄 취지로 약식기소 했을까요? 검찰은 피고인의 지적 능력 외에도 피해자의 처벌 의사와 피해 회복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쉽게 말해서 2500원 피해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피해를 입은 점주가 선처가 아닌 처벌을 원했단 겁니다. 하지만 발달장애인 절도 사건을 맡아서 처리해 온 변호사는 SBS에 "소액 절도가 수차례 있어도 기소유예가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초범에 재판까지 넘어간 경우는 이례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검찰은 1심 선고가 나온 직후 항소를 포기해 무죄는 확정됐습니다. 그러면서 SBS에 장애인 사건 처리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습니다.
3. 계속되는 발달장애인 절도 논란, 해법 있을까?
지난 6월엔 부산에서 30대 중증 발달장애인 두 명이 1500원짜리 아이스크림을 계산하지 않고 먹었다가 특수절도 혐의로 검찰에 넘겨지는 등 발달장애인 절도 사건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죠. 장애인 전담 수사관이 사건을 맡고 가족 등 신뢰관계인이 수사기관 조사에 동석하도록 하는 제도가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발달장애인 행동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수사 기관의 행태가 바뀌어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김민영/경기도발달장애인지원센터장 : 발달 장애인 같은 경우에 무인 점포가 가장 취약한 곳이에요. 무전취식으로 그렇게 지금과 같은 사건들이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아무래도 점포 점주가 이 발달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너무 없었다라는 거. 경미한 이런 사건이나 이런 경우에는 교육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내려요. 이분들한테는 양형을 구형하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없어요. 재범을 예방하는 게 또 가장 큰 목적이잖아요. 본인이 인식할 수 있게끔 별도의 개별 교육을 하는 이런 제도, 그런 것들 통해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올해 5월, 현행 발달장애인 전담 수사관 제도를 점검하고 전문성 제고 방안을 마련해 정기적으로 공개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경찰청이 발달장애인 조사에 관한 특칙까지 신설했지만 장애인단체 측에선 구체적인 규정이 담기지 않았다며 형식적인 변화라고 비판하는 상황. 김 씨는 1년 6개월 만에 2500원어치 과자를 훔쳤단 낙인에서 풀려났지만, 발달장애인 수사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고민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취재 : 권민규, 구성 : 신희숙,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홍진영, 디자인 : 양혜민, 제작 :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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