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 그 이후
나목
0:00 / 0:00
쓸쓸 그 이후
270 просмотров · 1 мес. назад
나목
82 подписчика
270 просмотров · 1 мес. назад
밴쿠버에 살며 들숨 같은 일상을 시로 날숨하는
글을 써야 사는 여자, 나목 임현숙 시인의 창작 시낭송입니다.
쓸쓸 그 이후
임현숙
민들레, 꽃잎을 접는 밤
밀려오는 고요
닫지 못한 틈으로
이미 들어와 있었다
쓸쓸
아무도 살지 않게 된 시간의 집
어머니 자궁의 물처럼 따스하고 고요한 곳
그 속에 오래 잠겨 있으면
도려진 자아에 군살이 자라나고
베어낸 것들이 서서히 물러간다
가랑잎의 쓸쓸이
연어의 아가미처럼 가쁘게 숨 쉴 때와
꽃이 만발하는 봄밤
처연하게 차오르는
쓸쓸
그 이후
먹구름 뒤에 빛이 기다리는 것처럼
쓸쓸 뒤에 이미 와있는
빛의 예감
잊고 있던 처음이 다시 흔들리고
아무도 오지 않는 저녁
나는
초대하지 않은 쓸쓸을
뜨겁게 끌어안을 수밖에.
-림(2026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