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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해야만 보였던 사량도의 진짜 얼굴: 3시간의 사투와 옥녀봉의 위로

망토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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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해야만 보였던 사량도의 진짜 얼굴: 3시간의 사투와 옥녀봉의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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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토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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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을 오르며 차곡차곡 쌓아둔 문장들을 이곳에 남깁니다. ⛰️ 산행일: 2026. 03. 07 (통영 사량도) ⛰️ 내돈내산: 영상 속 태그된 제품들은 제가 실제 사용하는 실속 장비들입니다. (협찬 NO!) 사량도로 향하는 물길은 여러 갈래다. 20분이면 닿는 고성 용암포항이 가장 빠른 길이라지만, 차를 싣고 가야 하는 내게는 통영 가오치항이 정해진 운명이었다. 뱃길로 40분. 그 시간만큼 기대감도 서서히 부풀어 올랐다. 파도를 헤치며 나아가는 엔진의 묵직한 소리 너머로 드디어 금평항이 모습을 드러냈다. 굽이치는 지리망산의 능선 아래, 항구의 바다는 마치 사파이어 원석처럼 투명하고 짙은 푸른빛을 머금고 있었다. 금평항에 발을 내딛자 섬 내를 일주하는 작은 버스 몇 대가 약속이라도 한 듯 등산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함께 배를 건너온 차를 이용해 산행의 시작점인 내지마을로 이동했다. 한결 가벼운 발걸음으로 산을 마주할 준비를 마친 셈이다. 사량도 종주를 위해 많은 이들이 내지마을을 들머리로 삼는다. 지리망산부터 불모산(달바위), 옥녀봉의 아찔한 능선을 타고 금평항에서 배를 타는 것이 정석이다. 하지만 변경된 배편 시간 탓에 내게 주어진 여유는 단 세 시간. 결국 지리망산을 포기하고 곧장 불모산으로 발길을 옮겨야 했다. 한적한 어촌마을은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허름한 담벼락 사이로 수줍게 고개를 내민 꽃을 보니 반가움이 배가 된다. 길고 추웠던 겨울의 터널을 지나, 이 남쪽 끝 섬마을에서 봄을 마중한다는 사실은 다시 생각해도 참 근사한 일이다. 본격적인 산행 시작. 불모산을 향해 내딛는 발걸음이 벌써 묵직하다. 지리망산과 불모산의 높이는 해발 400미터 남짓. 결코 높다 할 순 없지만, 어느 산이든 외지인에게 제 품을 쉽게 내어주는 법은 없다. 대부분의 등산객이 지리망산으로 향하는 탓에 불모산으로 가로지르는 숲길은 희미했다. 가끔 마주치는 이정표조차 불친절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네이버 지도가 가리키는 길과 실제 이정표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 잠시 혼란에 빠졌다. 결국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고 담벼락에 투박하게 적힌 글씨를 믿어보기로 했다. 휴대폰 지도는 덮어둔 채, 섬의 흙 위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35분쯤 올랐을까, 드디어 능선이 모습을 드러냈다. 생각보다 수월한 만남이 오히려 어색했지만, 그렇다고 사량도를 만만히 볼 생각은 없다. 너무 쉽게 길을 내어준 호의가 어쩐지 수상쩍다. 아마도 옥녀봉까지 이어질 거친 암릉 구간이 본모습을 숨기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리망산을 건너뛰고 곧장 능선에 올라서서인지 큰 기쁨은 느껴지지 않았다. 사내의 알량한 자존심 때문인지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정해진 배편을 놓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쉬움은 다음 기회로 미뤄두고, 지금은 이 아름다운 풍경을 사진 속에 마음껏 담기로 했다. 능선 끝에 서자 쪽빛 바다 위로 올망졸망 모여 앉은 섬들이 보석을 뿌린 듯 발아래 펼쳐졌다. 작은 숲길을 빠져나오자, 이번에는 은빛 윤슬이 일렁이는 광활한 바다가 한 폭의 수묵화처럼 눈 앞에 펼쳐졌다. 하지만 낭만에 취해 있을 시간은 짧다. 몇 걸음만 더 나아가면 불모산(달바위)이 나타날 것이다. 이미 익히 들은 대로, 그 아찔한 칼등능선을 지나야만 정상에 닿을 수 있다. 물론 우측 우회로의 존재도 잘 안다. 십수 년 전, 첫 방문 때 이미 그 길을 택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성숙한 사내로서 한 번쯤 용기를 내야 하지 않을까. 내 뒤를 바짝 따르는 '단짝 모녀'의 시선이 느껴졌다. 그들에게 차마 겁쟁이 같은 뒷모습을 보일 순 없었기에, 복잡한 마음을 억누르며 발을 내디뎠다. 칼등능선에서 시작된 절경은 불모산을 정점으로 가마봉까지 파도처럼 밀려왔다. 길은 한결 부드러워졌고, 발길 닿는 곳마다 마주하는 풍경은 여행자에게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 되었다. 이토록 가슴 벅찬데, 지리망산을 놓친 게 무슨 대수랴. 지금 이 순간만으로도 완벽한 행복이다. 혹시 이 글을 보고 사량도를 찾는 이가 있다면, 칼등능선은 안전한 우회로로 걷기를 권한다. 대신 능선 어디쯤에서 좋은 친구와 마주 앉아 커피 한 잔을 나눈다면, 그것만으로도 평생의 추억이 될 터다. 조심스레 나아간 끝에 마주한 가마봉. 가파른 암벽 위로 잘 닦인 데크길이 시원하게 뻗어 있었다. 덕분에 이제는 누구나 아찔한 바위 끝에 서서, 좌우로 펼쳐진 파노라마 같은 풍경을 여유롭게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문득 예전에도 이 길을 걸었나 싶어 옛 블로그를 뒤적여 보았다. 밧줄 두 가닥에 의지해 위태롭게 오르던 과거의 내 사진을 보고는 그만 아찔해졌다. 우회로도 없던 그 험한 길을 대체 어찌 올랐을까. 소환된 과거의 기억 앞에 새삼 마음이 떨려왔다. 가마봉을 넘어서자 90도에 육박하는 철계단이 깎아지른 암벽 위로 위태롭게 걸려 있었다. 옥녀봉으로 가는 여정의 클라이맥스임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막상 마주하니 숨이 턱 막힌다. 우회로 없는 외통수. 오직 정면으로 마주해야만 하는 이 길은 내 기억 속에 깊이 각인된 장소다. 잠시 숨을 가다듬으며 앞으로 내려갈지, 뒤로 돌아 내려갈지 망설였다. 선택의 기로에서 나는 '뒤'를 택했다. 짐승이 머리만 숲에 파묻고 안도하듯, 바위벽에 시선을 묻고서야 비로소 안도감이 찾아왔다. 철계단을 타고 흐르는 진동이 푸른 바다를 깨우고 섬을 흔들었으나, 그 서늘한 떨림은 더 이상 공포가 아니었다. 그것은 나 자신에게 건네는 격려이자, 이 아찔한 순간을 오롯이 즐기는 살아있는 증명이었다. 사량도의 마지막 관문, 출렁다리가 나타났다. 흔들거리는 난간이 마치 내게 잘 가라며 손짓하는 듯하다. 잠시 기대어 바다 위에 부서지는 윤슬을 바라본다. 언제 다시 이곳을 찾을까 기약 없는 약속을 남긴 채 발걸음을 옮긴다. 드디어 망부석이 된 옥녀봉과 마주했다. '설마 나를 기다리고 있던 건 아니지?' 말을 건네보았지만, 그녀는 싸늘한 시선으로 상도와 하도를 가르는 물길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아버지에 대한 원망일까, 돌아오지 않는 사내의 약속 때문일까. 그 애환을 잘 아는 나로서 마음이 짠해졌다. 속 깊은 친구처럼 어깨동무도 해보고 두 팔 벌려 웃어도 보았지만, 차갑게 굳은 그녀의 마음은 긴 세월 앞에서도 아물지 못한 듯 내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괜찮아. 누구나 상처는 있어. 그러니 이제 그만 잊어. 어제 외운 영어 단어조차 기억 못 하는 나처럼, 너도 그러길 바라. 우리, 화이팅이야!" #사량도 #사량도등산코스 #지리망산 #불모산 #달바위 #옥녀봉 #사량도출렁다리 #가오치항 #통영여행 #통영가볼만한곳 #섬산행 #100대명산 #블랙야크100대명산 #봄산행 #등산에세이 #산행기 #국내여행지추천 #바다조망산행 #칼등능선 #옥녀봉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