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광 (Speed of 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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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광 (Speed of 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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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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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광 (殘光)
Afterglow
저마다의 봄에 도착한 뒤
우린 다른 하늘 아래 살았어
낯선 거리 위로 밤이 내리면
습관처럼 별을 세곤 했지
수많은 계절이 지나갔는데
어떤 밤은 아직 그날 같아
고개를 들어 올려다본 곳엔
오래전 떠나온 빛이 있었어
우리가 보는 저 별빛은
아주 먼 시간을 건너온 거래
지금은 어떤 모습일지
이곳에선 알 수 없으니까
너는 내게 아직 빛나고 있어
우리가 함께했던 그날처럼
이미 지나가 버린 순간들이
이제야 내 밤에 닿아오네
사라졌다고 끝난 건 아니야
멀어졌다고 없던 일은 아냐
한때 네가 내게 건넨 빛으로
나는 오늘의 밤을 건너가
빛은 언제나 길을 떠나고
지난 시간을 품고 달려와
우리가 바라보는 별들도
서로 다른 어제를 보여 주지
어쩌면 나도 누군가에게
오래전 모습으로 남겠지
나조차 잊고 지낸 웃음이
아직 어딘가를 향해 가겠지
시간은 뒤로 흐르지 않아
떠난 빛도 되돌아오진 않아
그래도 지나간 날의 온기가
늦게 도착할 수는 있으니까
너는 내게 아직 빛나고 있어
우리가 함께했던 그날처럼
이미 지나가 버린 순간들이
이제야 내 밤에 닿아오네
사라졌다고 끝난 건 아니야
멀어졌다고 없던 일은 아냐
한때 네가 내게 건넨 빛으로
나는 오늘의 밤을 건너가
언젠가 저 별이 빛을 멈춰도
그전에 떠난 빛은 길을 가겠지
닿지 못한 어둠을 지나서
아직 모르는 누군가의 밤까지
우리도 그런 사이였을까
서로의 시간을 비춰 주다가
각자의 계절로 흩어진 뒤에도
그날의 빛을 간직한 채
아, 이제야 알 것 같아
빛이 남는다는 말은
그 자리에 머문다는 뜻이 아니라
계속해서 나아간다는 것
너는 내게 아직 빛나고 있어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걸 알아
어제의 너와 오늘의 내가
같은 시간에 있지 않더라도
영원히 빛나는 별은 없어도
한 번 떠난 빛은 길을 가니까
끝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날의 우리가 사라지진 않아
이제는 너를 붙잡지 않을게
너의 오늘은 나의 것이 아니니까
다만 먼 시간을 건너온 빛이
내일의 나를 비춰 준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해
저마다의 봄이 지나가고
또 다른 겨울이 찾아와도
어두운 밤에 별을 보는 건
별이 그곳에 있어서만은 아냐
오래전에 떠난 빛이
마침내 여기 도착했으니까
우리의 어느 날도
그렇게 빛났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