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찌빌런 1. 처음 본 그날
다람찌네덮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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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찌빌런 1. 처음 본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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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찌네덮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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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본 그날》
처음부터 이상했다.
그날 카페에는 사람이 많았다.
잔 부딪히는 소리, 의자가 끌리는 소리, 창밖에서 쏟아지는 빗소리까지 모든 게 뒤섞여 시끄러웠는데도 이상하게 그녀가 웃는 소리만 또렷하게 들렸다.
다람찌는 손에 들고 있던 잔을 내려놓았다.
투명한 유리 표면에 맺힌 물방울 하나가 천천히 흘러내렸다.
그는 검지 끝으로 그것을 밀어냈다.
그 여자는 창가에 앉아 있었다.
고개를 숙여 책을 읽다가 가끔 무언가 재미있는 문장을 발견한 듯 입꼬리를 올렸다.
왼손으로는 페이지를 넘겼고, 오른손으로는 미지근해진 커피잔을 만지작거렸다.
별것 아닌 장면이었다.
그런데 다람찌는 그 순간 생각했다.
저 사람을 갖고 싶다.
사랑이라는 말은 떠오르지 않았다.
좋아한다는 말도 조금 달랐다.
단지 저 사람이 앞으로 어떤 표정을 짓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길로 돌아가는지 전부 알고 싶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 모든 것의 한가운데에 자신이 있었으면 했다.
그날 이후 그는 아주 조금씩 그녀를 기억하기 시작했다.
화요일이면 비가 오는 날에도 우산을 잘 챙기지 않는다는 것.
책을 읽을 때 마음에 드는 페이지의 오른쪽 위를 아주 작게 접는다는 것.
쓴 커피보다 우유가 들어간 걸 좋아하지만, 기분이 좋지 않은 날에는 유난히 진한 커피를 마신다는 것.
지하철역까지 가는 길은 두 개가 있는데, 늦은 밤에는 밝은 상점이 많은 길을 택한다는 것.
다람찌는 자신이 꽤 세심한 성격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아직 그걸 몰랐다.
어느 날 그녀가 카페 문을 열고 들어오자 그는 자연스럽게 시선을 내렸다.
모르는 척.
언제나처럼.
그녀는 그를 지나 창가로 향했다.
그 순간 다람찌의 입가에 아주 작은 웃음이 걸렸다.
오늘도 왔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아직은.
그녀가 주문을 하고 돌아섰을 때 손에서 책 한 권이 미끄러졌다.
다람찌가 먼저 주워 들었다.
“여기.”
그녀가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아, 감사합니다.”
처음 들은 목소리였다.
생각했던 것보다 부드러웠다.
다람찌는 책을 건네면서 접혀 있는 페이지를 보았다.
137쪽.
이미 알고 있던 페이지였다.
그녀가 좋아하는 문장이 있는 곳.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웃었다.
“재미있는 책인가 봐.”
“네. 꽤요.”
그녀는 책을 받아 들고 다시 창가로 걸어갔다.
다람찌는 그 뒷모습을 한참 바라봤다.
그날 처음으로 그녀가 자신에게 말을 걸었다.
단 두 문장이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한 번 열린 문은 언젠가 더 크게 열릴 테니까.
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비가 오는 화요일이면 그녀보다 먼저 카페에 도착했고,
그녀가 좋아하는 자리 근처를 비워두었다.
그녀가 찾던 책이 품절됐다는 말을 들은 다음 날에는 근처 서점의 재고를 모두 확인했다.
그녀가 아무렇지 않게 흘린 말도 기억했다.
그녀가 무심코 고르는 길도 기억했다.
그러다 어느 날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우리 요즘 자주 마주치네요.”
다람찌는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
그러고는 아주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러게.”
우연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거짓말까지 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그날 밤,
그녀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먼저 갈게요.”
“응.”
다람찌는 창밖을 바라봤다.
빗속에서 그녀의 모습이 점점 멀어졌다.
누군가 그녀에게 우산을 씌워주었다.
남자였다.
둘은 나란히 걸었다.
그 순간 처음으로 다람찌의 표정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이상했다.
가슴 한가운데에 아주 작은 균열이 생긴 느낌이었다.
그는 한동안 말없이 바라봤다.
그러다가 천천히 잔을 들었다.
사랑이라 부르면 쉬워지는 걸까.
그 이름이 무엇인지는 자신도 몰랐다.
하지만 하나만큼은 분명했다.
그녀가 멀어질수록,
자신이 세워두었던 모든 규칙이 하나씩 의미를 잃고 있었다.
기다리자.
다가오게 두자.
겁먹게 하지 말자.
그 모든 생각이 조금씩 흐려졌다.
다람찌는 창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며 작게 웃었다.
“괜찮아.”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알 수 없었다.
“아직 내 사람이 아닌 것뿐이니까.”
창밖의 두 사람은 모퉁이를 돌아 사라졌다.
다람찌는 자리에서 일어나 코트를 걸쳤다.
처음 본 그날부터 그는 한 번도 망설인 적이 없었다.
그녀가 자신을 선택할지 아닐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언젠가는 그녀도 알게 될 테니까.
세상에서 가장 오래,
가장 자세히,
가장 끈질기게 자신을 바라본 존재가 누구였는지.
문을 열자 차가운 빗바람이 들어왔다.
다람찌는 검은 우산을 펼쳤다.
그리고 그녀가 사라진 방향을 향해 천천히 걸었다.
그의 표정은 이상할 정도로 평온했다.
마치 결말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처럼.
처음 본 그날부터,
그에게 이것은 선택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