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 전 상서
다시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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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 전 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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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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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곡은 누군가를 미워하기 위해 쓴 노래라기보다, 오랫동안 ‘가족’과 ‘화목’이라는 이름 아래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 온 희생에 대해 조용히 질문해 보고 싶어 쓴 곡입니다.
결혼은 행복해지기 위해 선택한 일인데, 한 집안의 며느리가 되는 순간부터 이전에는 없던 역할과 의무가 자연스럽게 한 사람의 몫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참으면 집안이 편안해지고, 말을 아끼면 좋은 사람이 되고, 서운함을 드러내지 않으면 철이 든 사람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유지되는 평안이 정말 모두의 평안인지 묻고 싶었습니다.
“나 하나 참으면 된다”는 말은 얼핏 배려처럼 들리지만, 한 사람이 계속해서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접어야만 유지되는 관계라면 그것을 온전한 화목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밥상 앞에서는 함께 웃고 있어도 하지 못한 말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 남습니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말 역시 누군가에게만 계속 양보와 침묵을 요구한다면, 더 이상 모두에게 좋은 것은 아닐 것입니다.
이 노래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문장은
“저는 행복하게 살 거예요. 어머님도 행복하셨으면 해요.”입니다.
이 말은 선전포고도, 관계를 끊겠다는 선언도 아닙니다. 오히려 서로의 삶을 각자의 자리에서 존중하며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가깝습니다. 며느리의 행복과 시어머니의 행복이 서로 반대편에 놓여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사람의 행복을 위해 다른 한 사람이 작아져야 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가 자신의 크기를 잃지 않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관계였으면 한다는 바람을 담았습니다.
특히 “어머님도 한때는 누군가의 며느리였나요 / 그때 못다 한 말들이 제게로 건너온 건가요”라는 부분에는 조금 다른 마음을 담았습니다. 지금의 갈등을 단순히 한 사람의 성격이나 잘못으로만 바라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어쩌면 이전 세대가 견뎌야 했던 것들이 다음 세대에게 다시 ‘원래 그런 것’이라는 이름으로 전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자신도 견뎠으니 너도 견뎌야 한다는 방식으로 상처가 이어진다면, 어느 세대에서는 그 말을 멈춰야 합니다. 누군가가 먼저 참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은 가족을 깨뜨리기 위한 일이 아니라, 같은 아픔을 다음 사람에게 넘겨주지 않기 위한 선택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제목을 '시어머니 전 상서'라고 붙였습니다. ‘상서’라는 말이 지닌 공손함과 격식을 빌리되, 그 안에는 더 이상 에둘러 말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담고 싶었습니다. 예의를 지키는 것과 자신의 마음을 숨기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며, 존중하는 관계일수록 오히려 서로에게 솔직한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 곡은 시어머니와 며느리 가운데 어느 한쪽을 악인으로 만들고 싶어서 쓴 노래가 아닙니다. 누군가는 시어머니의 입장에서, 누군가는 며느리의 입장에서, 또 누군가는 자신의 어머니나 딸을 떠올리며 다르게 들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다만 오래된 관습이라는 이유만으로 한 사람의 희생이 당연해지는 순간에 대해서는 한 번쯤 멈춰 생각해 보고 싶었습니다.
가족이라는 이름이 누군가에게 참을 의무를 부여하는 말이 아니라, 서로의 행복을 지켜 주는 말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 한 사람이 계속 접혀 있어야 유지되는 평안이 아니라, 누구도 작아지지 않아도 되는 관계.
그런 관계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노래를 썼습니다.
저는 행복하게 살 거예요.
그리고 진심으로, 어머님도 행복하셨으면 합니다.
저는 행복하게 살 거예요
어머님도 행복하셨으면 해요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려요
이런 게 결혼인 줄 알았다면
저는 아마 오래 망설였을 거예요
행복해지려고 한 결혼인데
한 집안 사람이 되는 순간
왜 제 몫만 자꾸 무거워지나요
나 하나 참으면 된다고요
그러면 집안이 편안하다고요
하지만 어머님
그 평안은 누구의 눈물 위에 있나요
저는 행복하게 살 거예요
어머님도 행복하셨으면 해요
사랑은 주고받는 것이지
한 사람만 접는 일은 아니죠
며느리라는 이름 하나로
제가 작아져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밥상 앞에서 웃고 있어도
삼킨 말은 가슴에 남아요
좋은 게 좋은 거라 하셨지만
좋은 건 모두에게 좋아야지요
저는 행복하게 살 거예요
어머님도 행복하셨으면 해요
어머님도 한때는
누군가의 며느리였나요
그때 못다 한 말들이
제게로 건너온 건가요
그렇다면 우리 여기서
그 오래된 말을 멈춰요
참는 사람 하나로 버티는 집은
화목이라 부르지 말아요
저는 행복하게 살 거예요
어머님도 행복하셨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