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 속 미제 사건들_#2.전소된 슈퍼마켓 - 서천 기동슈퍼 화재 실종 사건
[다우미디어센터]동아대학교 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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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 속 미제 사건들_#2.전소된 슈퍼마켓 - 서천 기동슈퍼 화재 실종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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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주 월요일 오후 12 : 30 / 17 : 30
🗺️ 동아대학교 승학캠퍼스, 부민캠퍼스
📼 다우미디어센터 유튜브 채널, 홈페이지 업로드 : 매주 월요일 14 : 00
재작 의도 : 세상에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미제 사건들이 많이 남아 있다. 이러한 미제 사건들의 전말과 배경을 풀어내어 청자들에게 흥미를 유발하는 라디오를 제작하고자 한다.
찬희 : 윌슨, 벌써 출근했나? 오늘은 꽤 일찍 왔군. 자네도 알다시피 여기 이 사무소 벽면을 꽉 채운 먼지 쌓인 서랍장에는 내가 평생을 탐정으로 살면서 유일하게 해결하지 못한 사건들이 잠들어 있지. 자네는 아직 나의 조수지만 언젠가 나를 뛰어넘는 훌륭한 탐정이 된다면, 이 미제 사건들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네. 오늘 윌슨 자네에게 들려줄 미제 사건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하지. 귀 기울여 듣게, 탐정 사무소 탐정 정찬희의 이야기를.
찬희 : 자, 그럼 오늘 꺼낼 사건 파일의 낡은 먼지를 털어내보도록 하지. 시간을 2008년 초겨울로 되돌려야 하네. 때는 2008년 1월 24일 오전 6시경. 충청남도 서천군 서천읍 화성리에 한적한 도로변에 자리 잡고 있던 작은 구멍가게, 기동슈퍼에서 맹렬한 불길이 치솟았어. 행정구역은 서천읍이지만 종천면 경계와 맞닿아 있어 주민들에겐 '종천면 슈퍼'로 불리던 곳이었지. 이 슈퍼는 당시 76살이던 김순남 할머니가 홀로 운영하던 곳이었네. 새벽잠을 깨운 거센 불길에 이웃 주민들은 안채에서 주무시던 할머니가 화마에 목숨을 잃지 않았을까 발을 동동 굴렀고, 출동한 소방관들이 전소된 건물에 물을 뿌려 가까스로 불길을 잡았지. 경찰과 소방관들은 당연히 잿더미가 된 슈퍼 안채에서 할머니의 유해를 찾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기이한 일이 벌어졌네. 불탄 안채의 타다 만 장판 위에서 혈흔이 발견되었지만, 전소된 폐허 어디를 샅샅이 뒤져도 김 할머니의 시신은 그림자조차 나오지 않은 거야. 유전자 감식 결과 그 피는 할머니의 것으로 확인되었네. 불타버린 집, 낭자한 피해자의 핏자국, 그러나 정작 사라져버린 시신. 단순 화재 사고는 순식간에 끔찍한 강력 범죄 서막으로 뒤바뀌고 말았다네.
찬희 : 수사팀은 즉시 화재가 발생하기 이틀 전인 1월 22일로 거슬러 올라가 할머니의 마지막 행적을 분초 단위로 역추적하기 시작했어. 오전 9시 30분경엔 장을 보러 가던 동네 할머니가 차표를 사러 들렀다가 감기에 걸린 김 할머니로부터 콩나물 심부름을 부탁받았지. 이때 가게 안에서는 아침부터 단골손님이 술을 마시고 있었네. 이어 낮 12시 30분엔 이웃집 물품을 맡기러 온 택배 기사가 고무장갑을 끼고 빨래를 하던 할머니를 목격했어. 그리고 저녁 6시, 소주를 사러 온 동네 주민의 목격을 마지막으로 할머니의 살아있는 모습은 영영 끊기고 말았지. 그리고 이 사건에서 가장 모골이 송연해지는 순간이 바로 그날 저녁 7시 30분에서 8시 사이에 일어났다네. 낮에 맡겨둔 남편의 양복 택배를 찾으러 온 이웃 부부가 슈퍼를 찾았는데, 문은 평소보다 일찍 굳게 닫혀 있었고 창문 안쪽엔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지. 부부는 문을 두드리고 전화를 걸며 “급해서 그러니 택배를 좀 달라”고 외쳤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없었어. 그렇게 밖에서 전화를 걸며 10여 분을 서성이던 바로 그 순간, 믿을 수 없게도 안방 안쪽에서 누군가 불을 탁 하고 껐다네. 문 밖의 부부를 의식하고 있던 누군가가 이들이 포기하고 돌아가도록 숨죽인 채 방의 스위치를 내린 것이었어. 그 순간 방 안에는 할머니가 아닌, 흔적을 지우려 숨죽이고 있던 정체불명의 침입자가 분명히 존재했던 것이지. 그 후 1월 23일 하루 종일 문이 닫혀 있던 슈퍼는 할머니가 변을 당한 지 무려 35시간이 지난 24일 새벽 6시가 되어서야 시뻘건 화염에 휩싸이게 된 거야.
찬희 : 윌슨, 이 사건에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거대한 모순이 자리 잡고 있네. 살인 후 방화를 저지르는 가장 흔한 이유는 시신과 현장의 증거를 한꺼번에 없애기 위함이지. 그런데 범인은 왜 1월 22일 밤에 할머니를 해치고 곧장 불을 지르지 않은 채, 이틀이나 지난 24일 새벽에 다시 현장에 찾아와 불을 질렀을까? 화재 당시 현장을 지나던 물류 운송 기사는 슈퍼 앞에 낯선 흰색 소형 승용차 한 대가 주차되어 있었다고 기억해냈네. 이는 범인이 22일 밤에 할머니의 시신을 차량에 실어 다른 곳으로 옮겨 은닉한 뒤, 뒤늦게 현장에 남아 있을 혈흔과 미세 증거들을 완전히 인멸하기 위해 35시간 만에 다시 돌아와 불을 질렀음을 강하게 시사하지. 하지만 범인의 기이한 연출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네. 할머니가 실종된 직후 서천 읍내 버스 정류장과 담벼락 곳곳에 정체불명의 낙서가 붉게 쓰이기 시작했어. '순남 할머니는 둘째 아들이 죽였다.' 실제로 김 할머니는 주변에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었고, 도로 개설 예정지에 땅이 편입되어 약 1억 2천만 원의 보상금이 나올 것으로 소문이 돌고 있었기에 읍내 주민들은 순식간에 둘째 아들이 유산을 노리고 어머니를 해친 뒤 불을 지른 것으로 믿어버렸지. 그러나 경찰의 알리바이 조사 결과 둘째 아들은 사건 당시 서울에서 근무 중이었음이 CCTV와 근무 일지로 명백히 입증되었네. 더욱이 그 보상금은 수령 전이었고 형제들에게 정상 분배될 돈이었기에 범행 동기조차 성립하지 않았어. 즉 이 낙서는 할머니의 본명과 가족 관계를 훤히 알고 있던 진범이 수사망을 교란하고 주민들의 시선을 유족에게 돌리기 위해 저지른 악랄하고 치밀한 자작극이었던 셈이야.
찬희 : 수사팀은 할머니의 신변과 주변 인물들을 샅샅이 파헤치기 시작했네. 가장 먼저 용의선상에 오른 건 평소 가게에 수시로 드나들며 술을 마시고 사건 당일 아침에도 술을 마셨던 40대 후반의 남성 A였지. A는 과거 술에 취해 할머니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한 전력이 있었네. 심지어 경찰 조사실에서 손을 덜덜 떨며 극도의 불안 증세를 보여 거짓말 탐지기 검사조차 부적격 판정을 받을 정도였지만 끝내 물증을 찾아내지 못했어. 두 번째 용의자인 전 세입자 B는 집세 문제로 갈등이 있었다는 소문이 돌았으나 당일 행적이 모호한 것 외엔 혐의점이 없었고, 과거 2001년에 기동슈퍼에서 현금 30만 원을 털었던 전과 6범 C는 사건 당일 오전 기차를 타고 이미 서천을 벗어난 것으로 확인되었지. 여기에 택배 부부가 목격했던 슈퍼 옆 정체불명의 자전거, 그리고 화재 한 달 전 도둑이 들었을 때 평소와 달리 "얼굴은 아는 사람인데 말을 못하겠다"며 사시나무 떨듯 떨며 끝까지 침묵했던 할머니의 미스터리까지 더해졌네. 심지어 4년 전인 2004년에 발생했던 서천 카센터 살인사건과도 기묘한 유사점을 보였어. 두 사건 모두 잔혹한 살해 후 건물에 고의로 불을 질렀고, 사건 직후 괴편지나 낙서를 통해 수사의 혼선을 주려 했다는 점이지. 4년의 시간 차가 있어 동일범의 소행인지 아니면 방송을 보고 모방한 범죄인지조차 밝혀지지 않았네. 결국 18년이라는 긴 세월이 흐르도록 시신도 흉기도 진범의 정체도 밝혀내지 못한 채 이 사건은 영구 미제의 늪에 빠지고 만 것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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