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사람을 가둔 낭만의 도시 | 세계 최초의 게토, 베네치아의 28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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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다 사람을 가둔 낭만의 도시 | 세계 최초의 게토, 베네치아의 28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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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6년, 세상에서 가장 낭만적인 도시 베네치아는 한복판에 담을 세우고 유대인 수천 명을 매일 밤 그 문 안에 가뒀습니다. 그런데 문이 잠기는 바로 그 순간, 정작 갇힌 사람들은 오히려 안심했죠. 갇혀서 불행했던 게 아니라, 갇혔기에 비로소 안전했기 때문입니다.
아침이면 산마르코의 종소리에 문이 열려 유대인들은 다리를 건너 도시로 나가 장사를 하고 환자를 돌봤고, 해가 지면 다시 이 작은 섬으로 돌아와 갇혔습니다. 그 문을 지키는 문지기의 급료마저 갇힌 사람들이 냈고, 낮에 도시를 걸을 때는 노란 표식과 붉은 모자로 자신이 누구인지를 드러내야 했죠. '게토'라는 이름은 원래 이 자리에서 청동 대포를 녹여 붓던 낡은 주물공장을 부르던 말이었습니다.
교회가 이자놀이를 죄로 여기던 시절, 급전이 필요한 베네치아 사람들은 이 담벼락 아래 전당포로 몰려들었습니다. 오늘날 '적자'라는 말이 여기 붉은 영수증에서 나왔다는 이야기도 전해지죠. 담 안에 갇힌 이들은 도리어 유럽 히브리어 출판의 심장이 되었고, 다섯 개 언어를 읽던 유대인 여성 사라 코피아 술람의 사랑방에는 도시의 시인과 학자들이 모여들었습니다.
1797년 나폴레옹이 이 문을 부수기까지, 게토의 문은 무려 281년 동안 밤마다 닫혔다 아침마다 열리기를 되풀이했습니다. 그리고 이 손바닥만 한 섬의 이름 게토는, 사람을 갈라 한곳에 몰아넣고 가두는 일을 가리키는 세계의 단어가 되었죠.
세계 최초의 게토가 어떻게 감옥이자 방패가 되었는지, 유대인 격리의 역사를 1516년부터 281년의 시간축으로 끝까지 따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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